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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돌아와 앉은 오후 네시 - 권오영

 

 

무릇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는 데에는 이유와 목적이 있다. 물론 '식욕'이라는 지극히 본능적인 행위이긴 하지만 그 본능에도 '맛'과 '건강'이라는 이유와 목적이 엄연히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술도 하나의 음식이지만 다른 음식과는 너무도 다른게 또한 이 술이다. 기뻐도 한잔 슬퍼도 한잔 이래도 한잔 저래도 한잔, 그렇듯 어울리지 않는 곳이 없는 술이야말로 다른 음식이 따르지 못할 전천후 음식이니 말이다.

 

취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마취 없이 대수술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을.

 

세상사는 참 묘하다. 에디슨이나 노벨 같은 과학자가 생활에 편리하고자 발명한 것들이 전쟁에 사용되었고, 전쟁이 끝나자 그 기술들은 인간의 생활용품에 투자된다. 에어컨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처음 에어컨을 만든 사람은 얼마나 신났을까. 그러나 그 에어컨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서 기온이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는 현재과학의 모순을 초래하고 말았으니...... 우리나라도 냉방 기구를 많이 사용하는 동네일수록 기온이 더 높다고는 하지 않는가. 우리는 그걸 자업자득이라고 하지만 자업자득은 그래도 괜찮다. 문제는, 업은 타인이 지었는데 엉뚱하게도 그 과보를 내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명화를 모사한다는 것은, 작가지망생이 기성작가의 글을 필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리라. 필사나 모사를 일견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시간낭비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도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필사란 독서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글의 의미와 올바른 문장구조를 알게 됨으로써, 자기 나름의 문체를 찾아가는 과정의 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미술에서의 명화 모사 또한, 표현능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창작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기초적인 바탕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런만큼 필사나 모사가 작가나 화가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예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