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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향수가 의미하는 바가 향기를 내기 위한 향수보다는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의 향수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향기를 내기 위한 향수를 의미한다는 것, 소재가 독특하고 재밌었다.

18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엄청난 후각을 타고난 냄새의 천재의 짧은 일대기를 담고 있다.

자신은 아무런 체취도 없으면서 가장 좋은 체취를 얻기 위해 살인을 벌이는 이야기.

 

 

p226

사실 <인간의 냄새>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의 얼굴>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듯이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 냄새가 달랐다. 수천 명의 사람 냄새를 알고 있고, 태어날 때부터 냄새로 사람을 부군해 온 그르누이보다 그 사실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냄새라고 뭉뚱그려 말할 수 있는 그런 냄새가 있었다. 단순화시키면 그 냄새는 대체로 땀과 기름, 그리고 시큼한 치즈가 섞인 것 같은 냄새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그 냄새를 지니고 있었고, 사람마다 기본적인 그 냄새에다 보다 세밀한 어떤 냄새를 추가로 갖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개인적 분위기를 좌우하는 채취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개인적 분위기, 한사람 한사람을 구분해주는, 바꿀 수 없는 암호인 이 체취를 냄새 맡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독특한 냄새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은 물론, 유행하는 인공적인 냄새로 자신만의 고유한 냄새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공통되는 기본적인 냄새, 사람들의 원시적 악취 속에 있을 때만 편안해 했고, 그 속에서만 안전하다고 느꼈다. 때문에 그들은 그 구역질 나는 인간의 냄새를 갖고 있는 사람만 자기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간주했다.

 

p236

위대한 것, 끔찍한 것, 아름다운 것 앞에서도 눈을 감을 수는 있다. 달콤한 멜로디나 유혹의 말에도 귀를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냄새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냄새는 호흡과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 살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냄새가 자신의 형제와 함께 그들 사이에 나타날 때 그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법이다. 그렇게 인간의 가슴속으로 들어간 냄새는 그곳에서 관심과 무시, 혐오와 애착, 사랑과 증오의 범주에 따라 분류된다. 냄새를 지배하는 자, 바로 그가 인간의 마음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