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책책/책 이야기

[책 이야기] 꽈배기의 맛 - 최민석

 

 

p42

"한 편의 훌륭한 글은 잘 지은 벽돌집과도 같습니다. 잘 지은 벽돌집은 벽돌 하나를 빼면 집 전체가 와르르 무너집니다. 글 역시 단어 하나만 빼도 글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듯이 써야 합니다.

 

p45

한 단락 안에 있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유기성이 있고, 그 유기성을 좀 더 밀착시키거나, 적당히 떨어뜨리기 위해 쉼표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장에서 한 단어를 빼면 그 문장이 무너지고, 그 문장이 무너지면 그 단락이 무너지고, 그 단락이 무너지면 한 장이 무너지고, 그 장이 무너지면 책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결국 책 한 권과 한 단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매우 긴밀한 유기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p168

우리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록음악을 크게 들은 것도, 수업시간 책상 밑에 소설을 숨겨 읽은 것도, 먼 곳까지 갈 배낭을 꾸려 삼등 열차에 몸을 구겨 넣은 것도, 시 구절을 메모장에 옮겨 적은 것도 아니다. 나 역시 누군가의 청탁으로 얼어붙은 한강변을 달린 것도, 스스로 마감일을 정해 매주 글을 쓴 것도 아니다. 누군가가 '거. 참. 비효율적이군'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 설명할 수 없는 멍청함이 지난한 일상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P226

예컨대 여행을 떠나기 전엔 절대 맨발로 걷지 않던 사람이 맨발로 걷는다든지, 어깨를 부딪쳐도 계속 길을 가던 사람이 사과를 하기 시작한다든지,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든지 하는 작은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것이 쌀국수를 먹지 않았던 사람이 쌀국수를 먹기 시작했다는 사소한 차이라 해도 상관 없다. 일상에 생긴 작은 차이만큼 그 사람의 세계는 조금씩 넓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