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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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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기사단장 죽이기 2 - 무라카미 하루키 p12 '연습이지. 연습하다보면 갈수록 실력이 늘어." "하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잘 못 그리는 사람도 많잖아요." 맞는 말이다. 나는 미대 시절,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동기를 수도 없이 봤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사람은 처음부터 타고난 것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그런 말을 꺼내면 이야기를 수습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연습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야. 어떤 재능이나 자질은 연습하지 않으면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거든." p24 "오늘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네요." 마리에가 말했다. "그런 날도 있어." 내가 말했다. "시간이 빼앗아가는 게 있는가 하면 시간이 가져다주는 것도 있어. 중요한 건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일이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내 눈을 바라보았다. ..
[책 이야기] 기사단장 죽이기 1 - 무라카미 하루키 p164 멘시키가 말했다. "그림 모델이란 참 긴장되는 일이군요. 옷을 벗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알몸이 돼버린 느낌이 들어요." 나는 말했다. "어떻게 보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림 모델은 종종 벌거벗겨지는 일이니까요-많은 경우 실제로, 가끔은 비유적으로요. 화가는 눈앞에 있는 모델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꿰둟어보려 합니다. 다시 말해 모델이 걸친 겉모습이라는 외피를 벗겨나가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물론 화가에게 뛰어난 안력과 날카로운 직관이 필요하고요." p348 세상에는 모르는 편이 더 좋은 일도 있어, 라고 아마다는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듣지 않는 편이 더 좋은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듣지 않고 버틸 수는 없다. 때가 오면 아무리 단단히 귀를 틀어막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