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끄 상빼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책 이야기] 발레소녀 카트린 - 파트릭 모디아노 우리 학생들 가운데 안경을 쓴 여자 아이가 하나 있다. 그 아이는 강습이 시작되기 전에 안경을 의자 위에 올려놓고 춤을 춘다. 같은 나이에 내가 디스마일로바 선생님 학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누구도 안경을 쓰고 춤을 추지 않는다. 디스마일로바 선생님에게서 무용을 배우던 시절, 저녁에 있을 무용 강습을 생각해서 낮 동안 안경을 쓰지 않고 지내는 훈련을 하던 일이 생각난다. 그럴 때면 사람과 사물의 윤곽이 예리함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이고 소리마저도 점점 둔탁해졌다. 안경을 쓰지 않고 보면, 세상은 더 이상 꺼슬꺼슬하지 않았고, 뺨을 대면 스르르 잠을 불러 오던 내 커다란 새털 배게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빠는 이렇게 묻곤 했다. 「카트린, 무슨 생각 하고 있니? 안경을 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