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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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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흰 - 한강 소금, 눈, 얼음, 파도, 백목련, 흰새, 수의... 흰 것에 대한 이야기. p15누군가가-아마 그동안 이 집에 세들었던 사람들 중 하나가-송곳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구 문의 표면을 긁어 숫자를 기입해놓았다. 획순을 따라 나는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세 뼘 크기의 커다랗고 각진 3. 그보다 작지만 여러 번 겹쳐 굵게 그어 3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0. 마지막으로 가장 깊게, 온힘을 다해 길게 긁어놓은 1. 난폭한 직선과 곡선들의 상처를 따라 검붉은 녹물이 번지고 흘러내려 오래된 핏자국처럼 굳어 있었다. 난 아무것도 아끼지 않아. 내가 사는 곳, 매일 여닫는 문, 빌어먹을 내 삶을 아끼지 않아, 이를 악문 그 숫자들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그것이 내가 얻으려 하는 방, 그 겨울부터 지내려 하는 방의 문이었..
[책 이야기] 채식주의자 - 한강 맨부커상을 상을 받은 채식주의자가 어떤 내용이고 어떤 면에서 상을 받았는지 궁금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읽다보면 채식주의자가 끝나고 몽고반점이라는 제목이 등장한다.끝이 뭔가 부족한 느낌도 있었고, 이 책이 단편소설을 모든 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하지만 읽어보니 몽고반점은 채식주의자와 이어지는 내용이고, 그 다음 단편도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였다.각각의 단편? 챕터?는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p43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