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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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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그대 눈동자에 건배 - 히가시노 게이고 p44 "그런데 왜 우리처럼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죽어야 해? 이건 정말 이상하잖아. 말도 안 돼. 여보, 열심히 살아보자. 우리도 앞으로 그이들 못지않게 대충대충, 속 편하게, 뻔뻔스럽게 살아보자."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아내의 힘찬 목소리였다. p148 얼굴을 바꾸고 이름을 속이는 생활이 어떤 것인지 나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마도 몹시 외로웠을 것이다. 사람 사귀는 데 별로 소질이 없고 혼자 있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었지만, 사실은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것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는게 맞는 말이 아닐까. 누군가와 자칫 깊이 사귀게 되면 언젠가는 과거를 캐묻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책 이야기] 위험한 비너스 - 히가시노 게이고 p66 이 아이는 천재라고 모두가 말했다. 그런 말을 듣고 반색하지 않을 부모는 없다. 야스하루도 데이코도 만족스러운 기색이었다. 이른 시기부터 수준 높은 교육을 받게 해준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했을 게 틀림없다. 다만 야스하루는 "천재는 아니야"라고 못을 박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천재란 이런 것이 아니지. 세계를 바꿔버릴 만한 것을 가진 게 아니라면 천재라고 할 수 없어. 아키토는 기껏해야 수재겠지." 그리고 그 정도면 돼, 라고 말을 이었다. "천재란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 p355 "괜찮아요. 어떤 일에나 순서라는 게 필요하니까요." "순서?" "어떤 일이 얼어나든 결코 후회하지 않기 위한 순서.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쩌면 아키토씨의 행방을 밝혀내는 쪽으..
[책 이야기] 천공의 벌 - 히가시노 게이고 p304"그러니까 말이지. 개인의 주의 주장이란 건 별 의미가 없어. 자신이 서 있는 땅이 무슨 색인지에 따라 그 인간의 색도 결정되는 거야." p565"세상에는 없으면 곤란하지만 똑바로 바라보기는 싫은 게 있어. 원전도 그런 것들 중 하나야." p674다시 한 번 말한다. 침묵하는 군중이 원라로의 존재를 잊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항상 의식하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도록 하라.어린아이는 벌에 쏘이고 나서야 벌의 무서움을 안다. 이번 일이 교훈이 되기를 빈다.다이너마이트가 항상 열 개에 그치리라는 보장은 없다.천공의 벌
[책 이야기] 비정근 - 히가시노 게이고 비정근이 무슨 뜻일까? 제목의 뜻도 모른채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것만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제목이 읽다 보면 이해가 될 것 같아서 궁금하지만 찾아보지는 않았다. 주인공은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로 추리소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교육은 물론, 아이들한테도 관심이 없다. 그저 정해진 기간 동안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부임하는 학교마다 사건사고가 터지지만 투덜거리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사건을 풀어 나간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무심한 듯 내뱉는 말이 은근히 멋있다. 비정근(非情勤) 정 없이 근무 한다는 뜻인가보다.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이야기 별로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사건도 복잡하지 않아 집중이 필요하다거나, 생각이 많이 필요한 책은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라고 ..
[책 이야기] 성녀의 구제 - 히가시노 게이고 남편과 결혼할 때 1년안에 아이를 낳지 못하면 이혼한다는 조건으로 결혼한 여자가 있다. 아이를 낳지 못했고, 남편은 이혼을 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여자는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여자는 남편을 죽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소설은 초반에 범인과 범인의 범행 동기가 밝혀진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처럼 '누가 범인이고 왜 죽였는가' 가 아닌 '어떻게 죽였는가?' 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살인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범인이 어떻게 살인을 하였는지, 이 범인이 진짜 범인이 맞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책의 제목이 왜 '성녀의 구제' 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p257 "자네는 공룡 화석이라면 다 뼈라고 했지만, 그 착각에야말로 중대한 함정이 있는 거야. 그 때문에 수많은..
[책 이야기] 갈릴레오의 고뇌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그의 많은 책을 읽어 보았는데, 읽은 책 모두 재밌고 잘 읽혔으며 무엇인가 교훈을 남기고 있다.'갈릴레오의 고뇌'는 '용의자 X의 헌신'과 함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중 하나이다.탐정 갈릴레오 시리지의 순서는 탐정 갈릴레오 - 예지몽 - 용의자 X의 헌신 - 갈릴레오의 고뇌 - 성녀의 구제 - 한 여름의 방정식이라는데 아직 읽지 못한 책도 있고 순서대로 읽지 않았지만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잘 읽히며 잘 이해되고 재밌다.'갈릴레오의 고뇌'에서는 5가지의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 교수(일명 탐정 갈릴레오)와 경시청 형사 구사나기, 그리고 여형사 우쓰미 가오루가 범죄를 함께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p53"일단..
[책 이야기] 라플라스의 마녀 - 히가시노 게이고 p353 "그러면 잠깐 이런 상상을 해볼까요? 우선 한 변의 길이가 30센티미터쯤 되는 주사위가 있습니다. 소재는 나무로 하면 좋겠지요. 그 주사위를 6이라는 숫자가 위로 나오도록 양손에 끼워 들고 1미터 높이에서 판판하게 고른 모래 위에 떨어뜨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한 변이 30센티미터인 주사위를 모래 위에......" 아오에는 미간을 좁히고 그 상황을 머리속에 떠올렸다. "모래 위에 떨어진다면 주사위는 굴러가지 않겠지요. 반듯하게 아래로 떨어지면 6이라는 숫자가 위로 드러난 채 모래에 살짝 파묻히겠네요." "그렇죠. 보세요, 조건이 갖춰지면 교수님도 예측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아니, 그것과 이건 얘기가 다른데......" "똑같습니다. 현상이 다소 복잡해지기는 해도 물리법칙을 바탕으로..
[책 이야기]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사형이 확정되고 판결이 종결되면, 자신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다. 응어리를 날려 보낸다든지, 마음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더 거창하게 말하면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달리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달라지기는커녕 상실감만 더해질 뿐이었다. 그때까지는 범인의 사형 판결을 받는다는 목적으로 살아왔지만, 그것이 이루어진 지금 무슨 목적으로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즉,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이지 형벌이 아니다. 형벌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아도 분명하다. 도벽을 치료하는 중에 경찰에 붙잡힌 경우, 교도소에 들어가면 치료가 중단된다. 그 결과 석방되고 나서 또 도둑질에 빠지는, 난센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사이클이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