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셀은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재미있소?"
"자네 자신을 보아야 하는 건데. 자네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여간 불쌍한 게 아니거든."
앙귀스트는 순간 증오심이 폭발했다. 일종의 간헐온천물 같은 노기 띤 에너지가 저 아랫배로부터 손톱과 이빨에 이르기까지 차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적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었다.
"계속 웃을 거요?"
"기분 끝내주는걸!"
"죽는 게 겁나지 않소?"
"자넨 어떤가, 제롬?"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소!"
"때가 됐구만."
앙귀스트는 가장 가까운 벽으로 텍셀을 동댕이쳤다.
아까와는 달리, 주위 구경꾼의 시선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이제 그의 안에는 증오심을 위한 공간밖엔 없었다.
"계속 웃을 거요?"
"계속 내게 존댓말을 할 건가?"
"에잇, 죽어라!"
"드디어!"
텍스토르는 도취한 듯 외마디 소리를 내질렀다.
앙귀스트는 적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벽에다가 몇 차례 부딪쳤다. 그렇게 머리통을 박아댈 때마다 가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자유! 자유! 자유!"
그는 계속했고, 또 계속했다. 그는 신이 났다.
급기야 텍셀의 블랙박스가 바스러지자 제롬은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몸뚱이를 내려놓고 자리를 떴다.
1999년 3월 24일,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의 이륙을 기다리던 승객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하나의 광경을 목도했다. 이륙 시간이 특별한 설명도 없이 세번씩이나 거듭 연기되자, 승객 중 한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로비의 한쪽 구석으로 가 수 차례에 걸쳐 무작정 벽에다 머리통을 들이받은 것이었다. 그는 어딘지 예사롭지 않은 난폭성을 보이며 잔뜩 흥분해 있었는지라, 감히 누구도 개입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죽음이 닥칠 때까지 계속했다.
뭐라 설명할 수 없을 그 자살행위를 목격한 증인들은 자세한 장면을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벽에다가 머리를 처박을 때마다 그 남자는 똑같은 고함소리로 자신의 동작에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외치던 소리는 이런 것이었다.
"자유! 자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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