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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 게키단 히토리

 

 

우리의 사랑은 일방통행이다. 아무리 아이돌을 사랑해도 팬이라는 벽을 넘어서 한 사람의 남자로서 사랑받는 일은 결코 없다. 나는 그 점에 대해서 현실도피하지 않고 순순히 인정한다. 아이돌은 나의 사랑에 대답을 해주지는 않지만, 반대로 내 사랑을 거절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일반 여성을 사랑할 때와 크게 다른 점이다. "관심 없어요."라고도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라고도 하지 않고 아이돌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사랑을 받아준다. 우리는 분명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걸 겁내지 않는다. 우리의 사랑은 가로막는 브레이크가 없다.

 

매장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가게에 출입하는 세련된 젊은 남녀를 눈앞에서 보니 푸석푸석한 머리와 헐렁한 차림새를 한 내가 올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욕탕에서 알몸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지만 거리에서 알몸이 되는 건 문제다. 이런 차림새로 다니는 것은 아키하바라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기서는 알몸으로 다니는 거나 매한가지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를 보고 비웃는 것 같았다. 백화점에서 옷을 사기 위해서는 우선 백화점에 출입할 수준의 옷을 사야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