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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알츠하이머에 걸린 전직 연쇄살인범의 고독한 싸움



p14

"우리는 죽음에 대한 근심으로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삶에 대한 걱정 때문에 죽음을 망쳐버린다."


p52

"What do you do?"

무슨 장난기가 동했는지 나는, killing people, 이라고 답했다. 입국심사관은 내 얼굴을 힐끗 보더니 "의사인가?" 하고 물었다. '킬링'을 '힐링'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의사도 의사는 의사니까. 그는 일본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내 여권에 도장을 쾅 찍어주었다.

힐링 좋아하시네.


p144

한 남자가 찾아와 만났다. 기자라고 했다. 그는 악을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그 진부함이 나를 웃겼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악을 왜 이해하려 하시오?"

"알아야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말했다.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이 아니오. 그냥 기도나 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덧붙였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