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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기사단장 죽이기 2 - 무라카미 하루키

 

 

p12

'연습이지. 연습하다보면 갈수록 실력이 늘어."

"하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잘 못 그리는 사람도 많잖아요."

맞는 말이다. 나는 미대 시절,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동기를 수도 없이 봤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사람은 처음부터 타고난 것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그런 말을 꺼내면 이야기를 수습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연습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야. 어떤 재능이나 자질은 연습하지 않으면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거든."

 

p24

"오늘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네요." 마리에가 말했다.

"그런 날도 있어." 내가 말했다. "시간이 빼앗아가는 게 있는가 하면 시간이 가져다주는 것도 있어. 중요한 건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일이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내 눈을 바라보았다. 유리창에 얼굴을 갖다대고 안쪽을 살펴보는 사람처럼.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다.

 

p431

그러나 애당초 시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는 편의를 위해 시곗바늘로 시간의 경과를 잰다. 하지만 그게 과연 적절한 일일까? 시간이란 정말 그렇게 규칙적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일까? 우리는 그에 대해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p450

"우리 인생에는 잘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많고, 또 설명해서는 안 되는 일도 많습니다. 특히 설명함으로써 그 안의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경우에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