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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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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츠바키 문구점 - 오가와 이토 p54 "그렇지? 자기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어도, 제과점에서 열심히 골라 산 과자에도 마음은 담겨 있어. 대필도 마찬가지야. 자기 마음을 술술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문제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위해 대필을 하는 거야. 그편이 더 마음이 잘 전해지기 때문에. 네가 하는 말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좁아져. 옛날부터 떡은 떡집에서, 라고 하지 않니. 편지를 대필해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대필업을 계속해나간다, 단지 그것뿐이야." p165 오늘만큼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글씨를 쓴다. 대필가는 다양한 사람의 마음과 몸이 되어 글씨를 쓴다. 자화자차을 하긴 그렇지만, 다양한 사람의 글씨로 빙의하는 것도 이제 곧잘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나..
[책 이야기]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 임경선 p39 "실은... 저희는 일부러 눈에 잘 보이는 간판을 달지 않았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찾기 어렵도록요. 숨은 집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가게로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는 사전에 알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둘러보시는 것을 최우선으로 신경쓰거든요. 지나다 불쑥 들른 분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면 마음먹고 여기로 걸음 하신 손님들이 가게를 둘러보실 때 긴장하게 되니까요." p133 세상은 '생각만 하는 사람'과 '생각이 떠오르면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서 언급하고 주변 사람들의 참견과 만류와 의심을 모두 감당하면서도 실천까지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해보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실천을 일으키는 동력이었..
[책 이야기] 종이달 - 가쿠다 미쓰요 종이달. 종이로 만든 달. 짝퉁 위선? 모조품? 사진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사진관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가짜 달과 함께 행복한 얼굴로 가족 혹은 연인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거기에서 비롯되어 '종이달'이라고 하면, 인연이나 가족과 함께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종이달이 '가짜'와 '가장 행복했던 한때'를 중의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 소설과 잘 어울리는 제목인 것 같다. p156 역의 플랫폼에는 사람이 없었다. 리카는 긴 의자에 앉아 전철을 기다렸다. 파르스름한 하늘에 하얀 달이 남아 있었다. 갑자기 리카는 손가락 끝까지 가득 차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만족감이라기보다는 만능감에 가까웠다. 어..
[책 이야기]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통해 알게 된 이동진 영화평론가. 말도 잘하고 지식도 풍부하며, 이야기의 줄거리도 잘 파악하고 전달해주는 이동진님은 어떤 독서를 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깊이보다는 넓이를 위한 독서를 해야한다고 하며 그 넓이의 독서를 했을 때 깊이도 깊어진다고 한다. p22 어떤 일이라는 건 어떤 단계에 가기까지 전혀 효과가 없는 듯 보여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효과가 확 드러나는 순간이 오죠. 양이 마침내 질로 전환되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그게 독서의 효능, 또는 독서의 재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 한 권 읽은 것으로 독서의 재미가 바로 얻어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느 단계에 올라가면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그 재미가 한 번에, 단숨에 얻어지는 게 아니어서 더욱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