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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p12

라몽은 떠오르는 미소를 누르지 못하고서 계속 이 천재들의 공원을 천천히 거닐었다. 겸허한 그 천재들은 산책객들이 무심히 지나쳐 주는 덕분에 기분 좋게 자유를 느낄 것이었다. 아무도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얼굴을 보거나 받침대에 새겨진 문구들을 읽으려 들지 않았다. 마치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평온한 고요인 듯 라몽은 그런 무심함을 가슴 깊이 들이마셨다. 거의 행복에 가까운 미소가 그의 얼굴에 떠올라 오래 머물렀다.

 

p147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 입으로, 완벽한, 그리고 전혀 쓸모없는 공연...... 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아름답지 않나요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들이마셔 봐요, 다르델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 미를 들이마셔 봐요,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고, 좋은 기분의 열쇠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