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43
"아빠가 루이자를 좋아했어요?"
"좋아했냐고? 좋아한다는 게 적당한 말인지 모르겠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여러 단어가 입에서 맴돌았다. 윌과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이 세상 어떤 사람과도 다르게 그 사람이 나를 온전히 이해해준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몸에 구멍이 난 듯 고통스럽고, 다시는 채울 수 없는 부재를 끊임없이 일깨우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애가 어떻게 이해할까?
p324
그와 함께 있으면 슬프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가 너무 행복하게 해줘서 겁이 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가 사온 식재료가 내 냉장고에 있는 것, 그의 메시지를 기다리며 전화를 하루에 스무 번은 흘끔거리는 것, 바에서 조용할 때면 머릿속으로 그의 맨몸을 떠올리는 것, 그리고 얼굴이 빨개지지 않으려고 바닥 광택제나 영수증 같은 것을 열심히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p369
나는 팔을 벌렸다. 릴리는 내 눈을 보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내게 가만히 기댔다. 나는 두 팔로 릴리를 꽉 끌어안고서 그애의 소리 없는 흐느낌이 나의 흐느낌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딘가에 있는 신에게 감사하고 소리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뿐이었다. '윌, 윌...... 릴리를 찾았어요.'
p445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그 세상에 남아줄 만큼 나를 사랑하지는 않았던 남자를 나는 사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사랑할지도 모르는 남자를 두려워서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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