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37
"쾌락과 좋음은 별개의 것입니다. 가려운 데가 있어서 긁고 싶을 때 마음껏 긁으면서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까? 실컷 긁을 때는 잠시 쾌락을 느낄 수 있으나, 가려움증을 치유 받는 것이 진정한 좋음일 것이외다. 진정 좋은 것은 쾌락보다 우월합니다."
p140
책은 솔직합니다. 누가 읽든 스스로가 가진 진리의 빛을 나누어주기를 마다하지 않거든요. 그대가 누구이든, 책이 그대를 위해 준비한 맛난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책이라는 글자들의 무한한 조합 속에 숨겨진 보물은 모두 그대의 것입니다.
p168
책을 읽는 것은 말을 잘하기 위함이 아니라 덜하기 위함입니다. 말을 할 때에는 그 말이 침묵보다 나아야 합니다. 침묵보다 나은 소리를 잡음 없이 효율적이고 압축적으로 내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습니다.
p191
선택지의 다양성은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우리를 옥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형 마트의 라면 코너에서처럼 말입니다.
p193
인간의 자율적인 선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지요. 우리는 늘 자유를 갈망하며 억압으로부터 선택의 자유를 부르짖지만, 정작 우리에게 이상적인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는 당황하고 방황합니다. 항상 풍족한 식사를 꿈꾸지만,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며 배를 곯는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물론 용기 있는 자들은 선택의 의지를 불태워 짬짜면을 만들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짜장면과 짬뽕, 짬짜면 사이에서 고민하며 배를 곯는 바로 그 모습 또한 우리의 모습이죠. 자유로운 선택이 때로는 가장 부자유스럽습니다.
p218
달걀은 바위를 깨지는 못하지만, 온몸을 바쳐 바위에 몸을 부딪쳐서 산산조각 남으로 바위의 견고함을 폭로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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