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1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란 사실보다도, 재연될 수 없는 시간이란 사실이 그리움의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추억이란 그 시절에 두고 온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 띄워놓은 부표인지도 모르겠다.
p35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위대한 사건이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또 다른 무언가를 가능케 하는 미래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케 하고자 시작했던 일이, 결국엔 자신이 행복해지는 일로 변해버리는 강백호의 미래처럼....
p92
같은 인연의 계기가 주어져도 누군가와는 친구가 되고, 누군가와는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유가 없이 성립된다는 점이 사랑과 같지만, 공백과 단절을 겪으면서도 강도와 경도가 약화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오랜 세월 동안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 시절의 느낌 그대로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p208
자신의 결핍을 자각하는 순간엔 그 결핍의 능력에 절망하거나 다른 능력을 욕망하게 된다. 절망만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절망 속에서도 부단히 능력을 키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결핍을 알 기회가 없었던, 자신의 능력으로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아온 사람들은 아예 안주하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능력의 결핍을 느끼는 자들에게만 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완벽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p261
이미 다른 이들에게 팀의 에이스로 통하고 있었던 서태웅, 그러나 서태웅이 에이스란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었던 강백호. 엉망진창이었던 자신의 슛동작을 교정하고, 자신이 상상했던 이상적인 포즈에 익숙해지고 난 후에야, 비로서 서태웅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서태웅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늘 강백호의 곁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강백호의 눈에 보인다. 갑자기 나타난 것은 새로워진 강백호 자신이었다.
p269
노력하는 한 방황하리라. 방황은 잃어버린 방향성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단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만이 그도 노력일 수가 있다. 포기하지 않는 한, 그대는 실패자가 아니라 '아직 도전자' 인 것이다.
'책책책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이야기]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 무라카미 하루키, 가와카미 미에코 (2) | 2018.08.22 |
---|---|
[책 이야기] 을의 연애 - 을냥이 (0) | 2018.08.16 |
[책 이야기] 자비없네 잡이없어 - 희망제작소 (0) | 2018.07.02 |
[책 이야기]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 김희림 (0) | 2018.06.10 |
[책 이야기]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 - 이와이 슌지 (0) | 2018.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