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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 무라카미 하루키, 가와카미 미에코

 

 

p145

이를테면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애독하고 존 레넌을 사살했던 사람이 있죠.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이야기는 생물입니다. 우리는 생물을 만드는 거예요. 어떤 때는 그 생물이 인간 내부의 어두운 부분을 건드려 깨우기도 합니다. 무섭다면 무서운 일이죠. 하지만 그 사건이 샐린저 탓은 아니에요.

 

p238

전에도 말했듯이 소설 쓰는 일은 일종의 신용거래고, 한번 잃어버린 신용을 되찾기는 매우 어려워요. 시간을 들여 '이 사람이 쓴 거니 돈 내고 사서 읽어보자'라는 신용을 쌓아나가고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장을 정성껏 갈고닦는 일이 중요해요. 구두를 닦거나, 셔츠 다림질을 하거나, 칼날을 가는 것처럼.

 

p306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기란 때로 매우 힘겹습니다. 독자의 입장과 작가의 입장은 꽤 차이가 있을 거에요. 예컨대 무척 잘생긴 남자, 무척 아름다운 여자 중에도 거울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죠. 자기 눈에는 나쁜 구석만 보이는 거죠. 옆에서 보면 전혀 흠잡을 데 없는데도. 조금 다른 얘기일지 몰라도 내가 보는 자신의 모습은 남이 보는 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