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과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밤에 요시다에게서 메일이 왔다.
"내일 시간 있어?"
요시다는 늘 단도직입적이다.
"있는데."
그래서 내 대답도 그렇다.
"그럼 만나자."
요시다가 구사하는 말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그럼 만나자. 나는 싱글거리는 속내를 눈치 채지 못하게,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그러지 뭐."
라고 대답했다.
때로는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너무 어린 탓이 아니라 엄마가 나이를 너무 먹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은 똑같지 않다. 전혀 다른 차원이다. 무엇인가를 이해하기에 아직 어리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온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아주 슬픈 일이다. 아주 아주 슬픈 일이다.
내 기억이 희미한 탓이 크겠지만, 어쩌면 그 시절의 경험이 내 의식을 관통하지 못한 까닭이 더 클 것이다. 그런 밤에는 내 머릿속의 기억 창고에서 먼지 냄새 풀풀 나는 먼 기억들이 아우성을 치고, 나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나란 개인의 역사에서 멀리 떨어져 나갔거나 혹은 후미진 구석에 밀쳐져 한 번도 되새김질되지 못했던 무수한 시간의 잔해와 경험과 기억이 지금도 여전히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아프게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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