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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책 이야기

[책 이야기] 축적의 길 - 이정동

 

 

p43

한국산업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다.

 

p45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제품의 개념을 최초로 정의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앞 단계의 밑그림 그리는 부분을 '개념설계'라고 하고, 밑그림대로 시행한다는 의미에서 뒤의 단계를 '실행'이라고 한다. 모든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개념설계와 실행으로 이루어진다.

 

p67

첫째, 한국산업계는 실행 역량은 강하지만,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둘째, 개념설계 역량을 얻으려면, 도전적 시행착오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야 한다. 그래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p70

축적의 전략 1. 축적의 경험을 담는 궁극의 그릇, 고수를 키워라.

축적의 전략 2. 아이디어는 흔하다.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라.

축적의 전략 3. 시행착오를 뒷받침할 제조현장을 키워라.

축적의 전략 4. 고독한 천재가 아니라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

축적의 전략 5.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p71

개념설계 역량은 사오거나, 아이디어 하나 얻었다고 금방 생기지 않는다. 오래도록 직접 그려보고, 적용해보면서 시간을 들여 꾸준히 시행착오를 축적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p85

창의적인 개념설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합해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창의적이면서도 색다른 경험을 가득 보유한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우연으로 말을 섞에 되는 것이 또 다른 새로운 밑그림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어떤 분야의 초절정 고수와 차를 한잔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 특히 회의가 아니라 이리저리 산책하면서 나누는 잡담이야말로 정말 새롭고 혁신적인 이야기의 우연한 출발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수천명의 직원을 약 1.5km 길이의 단일공간에 모으려는 것이나, 야후가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p86

인터넷에서 정보 공유가 많아질수록 형식지 형태의 지식은 가치가 없어진다.

반대로 창의적인 시행착오의 경험은 암묵지로서 더욱 희소가치가 높아진다.

 

p102

'우리 회사는 왜 신사업이 없는가', '신사업이 될 만한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없는가'라고 기획팀이나 연구개발팀을 탓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선택편이다. 신인가수를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과정의 위험과 투자를 무릅쓰지 않으면서, 뉴페이스가 없다고 탓하는 연예기획사와 같다. 결론적으로 아이디어는 흔하다. 스케일업 과정을 버티지 못하면, 기가막힌 아이디어도 그냥 흘러가는 시간 때우기용 잡담에 불과하다.

 

p107

혁신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하지만, 현실에서 쓸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여러가지 방식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해보면서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케일업 역량은 바로 글로벌 챔피언의 개념설계 역량을 뒷받침하는 보이지 않는 무기다.

 

p151

'묵은 별빛'이라는 시적인 표현이 있다. 지금 밤하늘에 반짝이는 저 별빛도 알고보면 수백, 수천년 전 출발한 빛이다. 지구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한창 활보하던 시대에 어떤 별을 떠난 빛도 있을 것이고, 이순신 장군이 달 밝은 한산섬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무렵 대장정을 시작한 빛도 있을 터이다. 가슴이 아련해지는 이 묵은 별빛의 비유는 혁신의 비밀을 옅보는 데도 도움이 되는 표현이다. 우리 눈을 휘둥그렇게 만드는 혁신도 따지고 보면 하늘에서 느닷없이 툭하고 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래된 것들이 모이고, 다시 조합되고 쌓여서 비로소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혁신은 묵은 별빛이다.

 

p170

고속철 후발주자인 중국은 2011년 큰 사고를 겪었다. 전세계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틀렸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수록 새로운 모델을 만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두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