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3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아무 탈이 없습니다. 그러니 설마 하면서 자꾸 먹이게 되는 거지요. 그러다 갑자기 죽습니다. 방금까지 잘 놀던 애가 갑자기 컥 하고 준느단 말입니다. 어른처럼 아팠다 나았다 하지 않고 재잘거리다 캑 죽어요. 이 아이들이 죽으면 묻어주지 않고...... 삶아 먹습니다."
"으음!"
남자의 이야기가 여기까지 닿자 을불은 비통한 신음을 흘렸다.
"전식이란 그러한 뜻입니다. 차마 자기 아이를 못 먹는 사람은 다른 집과 죽은 아이를 바꾸어서 먹습니다. 형을 먹여 동생을 살리고 동생을 먹여 형을 살립니다. 그나마 자기 아이가 없으면 그 고기도 못 먹습니다. 여기 삶고 있는 이 고기는 엊그제까지 살아 있던 옆집 아이입니다. 한 달 전에는 저희 아이가 그 집 상에 올라갔습니다. 어찌 그러한 고기를 손께 대접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복받친 남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울부짖었다.
p14
을불이 갑자기 칼을 뽑아 말의 목을 쳤다.
"히히히힝!"
깜짝 놀란 말이 앞발을 들고 크게 뛰어오르자 을불은 결현한 표정으로 다시 말의 가슴을 찔렀다. 말의 가슴에서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와 온몸이 피로 물들었지만 을불이 개의치 않고 다시 한 번 칼로 말의 목을 내리치자 말은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무사란 말을 제 몸처럼 아끼는 존재라 일행 중에는 이 처절한 광경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을 부르시오! 온 동리 사람을 다 모아 이 고기를 먹이시오! 여기 말을 몇 마리 더 놓아두고 가겠고. 차례차례 잡아먹고 몸을 보하시오!"
p179
"군주는 외로운 존재이다. 그래서 신하의 정직에 목말라한다. 나는 이번에 중걸을 데리곻 오지 않은 걸 크게 후회하면서 그 이유가 중걸의 지혜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중걸의 보고를 받으며 느꼈다. 내가 그리워했던 건 지혜보다는 정직이이었다 것을 말이다. 자, 모두 중걸을 위해 잔을 높이 들라!"
p334
"신하 된 도리로 왕을 섬겼으나 그가 악하여 고구려에 큰 해를 끼치고 있음은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그가 쫓겨나고 새로운 왕이 섰지만 나는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구나. 다만 떠나서 홀로 민초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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