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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 강수진

 

 

p57

삶의 무대에서 몰아치는 파도와 만나면 누구나 주저앉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파도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

두 손에 꼭 쥔 열정을 놓치지 않는다면 열정으로 벅찬 가슴을 믿는다면 그 무대는 온전한 나의 것이 될 것이다.

 

p77

정신이 번쩍 들었다.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섰는데 그 기회를 어이없게 날려버리다니 참담했다. 무대에 설 가능성이 없어도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날부터 피나는 연습을 시작했다. 매일 땀과 눈물을 쏟아냈다. 하루에 토슈즈를 서너 켤레씩 갈아 치웠다. 슈투트가르트 극장의 물품담당자가 제발 토슈즈 좀 아껴 신으라고 충고할 정도였다. 한 시즌에 토슈즈를 몇 백 켤레씩 닳아 없앴다. 그러자 '강수진이 이렇게 잘했었나'라며 다시 돌아볼 만큼 실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p79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아프지 않으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영혼이 아픈 것 같다.

방안에서 따뜻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어도 나의 몸은 계속 발레를 하는 듯한다.

온전한 몰입만이 나의 이 뜨거운 마음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

 

p82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시작이 늦었다고, 발전이 더디다고 포기해버렸다면 지금의 강수진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각할 것 같으면 '에이, 어차피 늦은 거 그냥 가지 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늦었으면 더 열심히 따라가 만회하면 되는데, 조금 늦으면 자꾸 조바심을 낸다. 빨리 가려고 편법을 쓰다가 잘 안 되면 아에 포기하기도 한다. 지극은 조금 느리게 가는 것일 뿐 실패가 아니다. 지각의 늪에 빠져 '나는 이미 늦었어'라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여지 없이 실패에 다다른다. 나는 토끼처럼 뛰어가는 동료들 속에서 거북이처럼 늦었지만, 부지런히 느릿느릿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스텝을 올곧게 만들어나갔다.

 

p96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큰 업적, 가장 듣고 싶은 찬사는 '강수진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해 대단한 하루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의 모든 업적, 성공담, 발레 세계에서의 지위는 100%의 하루를 살아냄으로써 얻은 성과물이다. 나는 내일에 희망을 품는 대신, 지금 이 순간에 목숨을 걸어왔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인간의 삶. 100%의 하루를 산 사람은 지금 세상이 멸망해도 후회가 없다고 믿어왔다.

 

 

p147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이 아니다.

경쟁자 역시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어야 한다.

매일매일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나와 경쟁하느라 바빠 남과 비교할 시간이 없다.

다른 사람을 시기할 시간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책할 시간도 없다.

 

p236

누구나 최고의 파트너를 만나고 싶어한다. 내가 남에게 베스트 파트너가 되면, 베스트 파트너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주위를 살펴보라. 만일 베스트 파트너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베스트 파트너가 되어줄 준비가 되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더 받고자 하면 좋은 파트너를 만나기 힘들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존중할 때 좋은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베스트 파트너가 되고 싶고, 나 역시 베스트 파트너와 일하고 싶다.

 

p286

나만의 개성이 확실하면, 내 본연의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다. 투정하고, 변명하고, 핑계 댈 시간에 실력을 쌓는 편이 낫다. 실력을 갖추면 운도 내 편이 되고, 외부 환경도 나를 위해 움직이고,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몰려든다. 내가 한국인인지, 독일인인지, 브라질인인지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