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책책/책 이야기

[책 이야기] 배스커빌의 개 - 아서 코난 도일

 

 

홈즈는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지만 식사를 하는 내내 휴고의 그림에 매료된 것 같았다. 나중에 헨리 경이 자기 방으로 간 다음에야 나는 홈즈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손에 침실 초를 들고 나를 다시 연회장으로 데리고 가서 세월의 때가 묻은 벽 위의 초상화로 초를 바싹 들어 올렸다.

"저걸 보고 떠오르는 것 없나, 왓슨?"

나는 깃 장식이 달린 넓은 모자, 어깨까지 늘어뜨린 고수머리, 흰 레이스 칼라, 이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진지하고 엄격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야수적인 얼굴이 아니라 꽉 다문 얇은 입술과 참을성 없는 냉정한 눈을 가진 새침하고 매몰차며 엄격한 얼굴이었다.

"자네도 알고 있는 그 누구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나?"

"턱 부분이 헨리 경과 닮은 것 같네."

"그저 약간. 그렇다면 잠깐 기다리게!"

홈즈가 의자 위로 올라가 왼손의 촛불을 쳐들고 그 넓은 모자와 긴 고수머리 위로 오른손을 구부렸다.

"아니, 세상에! 이 사람은!"

내가 놀라서 소리 질렀고, 그림에서는 스태플턴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하, 이제 알았곤! 내 눈은 장식품이 아니라 얼굴을 살펴보도록 훈련받았네. 범죄 수사관이 갖춰야 할 제일의 자질은 변장한 사람을 꿰뚫어 볼 줄 아는 것일세."

"이건 정말 놀랄 만한 일이군. 마치 스태플턴의 초상화 같아."

"그래, 이건 정말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하는 순간일세. 영혼과 신체를 다 지니고 있는 장면 말이야. 가문의 초상화를 연구해 보면 환생설을 믿을 수 있네. 스태플턴은 배스커빌 집안사람이 틀림없어."

"상속권과 관련된 음모였겠군."

"맞네. 저 그림이 우리가 찾지 못했던 가장 분명한 연결고리를 제공해 주고 있어. 그는 이제 우리 손에 있네, 왓슨. 우리 손에 들어 왔단 말일세. 내일 밤이 되기 전에 그는 우리 그물에 걸려 자기가 잡은 나비들처럼 속수무책으로 퍼덕거리고 있을 걸세. 바늘과 코르크와 카드만 있으면 그를 베이커가에 있는 우리의 소장품에 추가할 수 있을게야!"

홈즈가 그림에서 돌아서면서 폭소를 터트렸다. 나는 그가 큰소리로 웃는 것을 자주 보지 못했는데 그 웃음은 항상 누군가에게 나쁜 징조가 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