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책책/책 이야기

[책 이야기] 유령 후보생 - 아카가와 지로

 

 

"뭐라고?"

"아직도 모르겠어? 전부 형 겐이치로 혼자서 꾸민 연극이었어. 전화를 걸었던 것도, 호텔에 나타난 것도 겐이치로였어. 생각해봐. 우리는 그 형제를 동시에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잖아. 슬쩍 가발을 붙이고 얼굴에 약간 분장을 하면 쌍둥이 동생으로 바뀌는 거야. 그러고는 형제간에 분쟁이 있는 것처럼 꾸며서 우리를 속였지."

"그럼 그 집은......"

"집도 마찬가지야."

"무슨 말이야? 자세히 말해봐."

"우리가 처음 찾아갔던 겐지로의 집도, 겐이치로가 보낸 차를 타고 갔던 겐이치로의 집도 모두 겐이치로의 집이었어."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농담이지? 현관문도 장식품도......"

"사실이야. 아무리 쌍둥이 집이라지만 그렇게 똑같다니 너무 이상하잖아. 형 겐이치로는 먼저 동생 겐지로로 변장하여 우리를 대접했고 그 후 우리를 태운 차는 숲 속을 느릿느릿 천천히 달렸지. 결국 우리는 같은 집으로 돌아왔어. 왜 15분이나 넘는 시간이 걸렸는지 알아? 방 장식과 현관문을 바꿔야 했으니까. 최소한 시간이 15분 정도는 필요했을 거야."

"믿을 수가 없군!"

"그리고 이번에는 형 겐이치로의 집이라고 하고 우리한테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한 거야. 겐이치로는 한방중에 먼저 동생의 집에 가서 동생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질렀어. 돌아와서 자신의 집에도 불을 질렀고. 그러고는 우리 앞에서 일부러 보란 듯이 동생 집으로 달려갔고 자살 이야기를 꾸며냈어. 증인은 다름 아닌 아저씨와 내가 된 거지. 동생네 집이 형 집과 똑같지 않아도 양쪽 전부 타버리면 그 사실을 알 수 없게 되니까."

"우리를 우습게 본거군."

"겐이치로의 집의 고용인도 모두 그들과 한패였을 거야. 15분 동안 집 모양을 바꾸기 위해서 원래 있던 고용인한테 휴가를 주고 그들을 새로 고용한 거지. 한두 명 정도로 그런 일을 꾸미기는 어렵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