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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총각네 야채가게 - 김영한, 이영석

 

 

이영석에게 고정 거래처란 없다. 흔히 소매상인들은 고정적으로 거래하는 도매상이 있다. 하지만 이영석은 결코 누군가와 고정적으로 거래하는 법이 없다. 아무리 믿을 수 있는 도매상인이라 할지라도 그의 물품의 질도 항상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가 고정적으로 거래하는 대상은 오로지 최상의 물품뿐이다. 그는 도매상인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입맛에 맞는 물품과 거래한다.

 

"할아버지, 원숭이 한 마리만 주세요."

"원숭이? 젊은이가 원숭이를 왜 찾나?"

"심심해서 한번 키워 보려구요. 얼마예요?"

"한 장은 줘야지."

"백만 원이요?!"

"이 녀석은 사자마자 죽어버리는 것들과는 달라. 건강한데다가 아주 귀엽게 생겼지."

이영석은 원숭이 같은 동물은 살 때 비싼 값을 치러야 하지만 되팔 때는 헐값에 넘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했다. 투자하기를 겁내서는 안 된다. 이영석은 원숭이의 손을 잡고 황학동 도깨비시장을 빠져나왔다.

이영석은 바나나를 실은 트럭을 몰고 대치동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다. 물론 원숭이아 함께였다.

"원숭이가 좋아하는 바나나, 원숭이도 맛없는 바나나는 먹지 않습니다. 원숭이와 바나나가 왔어요!"

 

"사실 나도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서 시장에 가는 게 항상 즐거운 건 아니야. 특히 추운 겨울에는 정말이지.... 속으로 가야 하느냐 마느냐 갈등할 때도 많고, 그렇지 뭐. 하지만 힘들다고 그만둘 건 아니잖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아요, 대장. 하지만 힘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49%와 51%라는 말이 있는데, 이 차이가 뭔지 알아?"

"그야 50%를 기준으로 했을 때 1%의 많고 적음이죠."

"그래 그거야. 바로 그 1%의 마음을 잡으란 말이야. 여기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너 같은 어려움이 없었겠어? 10년 동안 장사를 해 온 나 역시 가끔은 그런 마음이 드는데 말이야. 다들 일을 그만두고 싶은 49%의 마음과 일을 하고 싶은 51%의 마음이 항상 교차해. 그렇지만 그 1%가 스스로를 잡아주는 힘이 되는거야.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으려고들 하는데, 난 솔직히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아니, 이해는 돼도 절대 동의할 순 없어. 휴~ 다른 무엇을 해도 똑같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자식,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 밀어붙여 봐. 문제도 답도 다 너한테 있다는 걸 잊지 말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