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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 - 미치 앨봄

 

 

아냐! 에디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야! 파란 사내는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아니라구요? 천국일리가 없다구요? 왜요? 여기가 당신이 자라던 곳이라서?"

파란 사내가 물었다.

"네."

에디는 입술을 달싹이며 대꾸하자 파란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래요.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을 얕잡아보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천국은 생각지도 않은 구석에서 찾아낼 수 있는 법이랍니다. 천국에는 여러 단계가 있어요. 이곳이 내게는 둘째 단계이고 당신에게는 첫 단계랍니다"

파란 사내는 에디를 데리고 공원을 돌았다. 담배 가게를 지나고 소시지 노점을 지나자 어리숙한 사람들이 동전푼을 뜯기는 도박장이 나왔다.

천국이라고? 에디는 생각했다. '말도 안 돼.' 그는 어른이 된 이후 줄곧 루비 가든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며 살았다. 그곳은 놀이공원일 뿐이었다. 비명을 지르고 몸이 홀딱 젖고, 돈을 내고 큐피 인형(갓난아이 모양의 날개 달린 요정 인형)이나 사는 그곳은 에디가 상상하는 천국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다시 말해보려고 애썼지만, 이번에는 가슴에서 쿨럭이는 소리만 났다. 파란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곧 목소리가 나올 겁니다. 우리 모두 같은 과정을 거치지요. 처음 도착하면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그는 빙그레 웃으며 덧붙였다.

"말을 듣는 데 도움이 되니까."

그리고 사내는 말을 멈췄다.

 

부모는 자식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를 놓아버린다. 자식들은 부모를 벗어나고 떠나버린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칭찬하거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으로 그들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이제는 스스로 업적을 이루어간다. 자식은 나중에 피부가 늘어지고 심장이 약해진 후에야 이해하게 된다. 그들이 살아온 내력이, 이룬 일이 부모의 사연과 업적 위에 쌓이는 것임을. 돌을 쌓듯 차곡차곡 싸여간다는 것을. 그들의 삶의 물살 속에 그렇게 쌓여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