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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 천명관

 

 

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이대로 어디론가, 내히 이러 바라래 가듯이, 한없이 흘러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너른 바다에 이르러 둥실둥실 떠다닐 수 있다면, 거대한 참치는 아니더라도, 등 푸른 고등어는 아니더라도, 겨우 멸치라도 되어, 이왕이면 씨알 굵은 멸치가 되어, 단 하루라도 마음껏 헤엄쳐다닐 수 있다면! 그렇게 망망대해 헤엄치다 지쳐, 얼굴 검게 그을린 어부의 질긴 그물에 걸려, 어기영차, 어부들 그물 터는 소리에 내장과 함께 가슴에 맺힌 한 모두 털려, 끓는 소금물에 후줄근한 육신 깨끗하게 삶아져, 고소한 기름에 달달 볶여, 뜨거운 프라이팬 위를 이리저리 뒤치이다, 한젓가락 밥반찬이 되어, 한 아이의 앙증맞은 어금니에 아작아작 씹혀, 그렇게 누군가의 뼈가 되었으면, 그렇게 누군가의 손톱이 되고 머리카락이 되었으면!

사내는 운전대에서 손을 놓은 채 담배연기처럼 뭉실뭉실 떠가는 붉은 구름을 올려다본다. 어느덧 지평선 저 멀리엔 고을이 지고 사위는 더없이 고요하다.

그런데 이 차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거지? 오시리스의 심판대?

 

운전석에 앉는 순간 경구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 그가 트럭에서 내려오더 바로 그때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해 결국 여기까지 떠밀려온 거였다. 육중한 트럭의 엔진소리를 들으며 달리는 동안 경구는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았다. 두려움도 걱정도 사라졌다. 십일톤 트럭 안에 앉아 있으니 어쩐지 든든한 기분도 들었다. 깨어지지 않는 어떤 단단한 보호막이 자신을 지켜주는 느낌이었다. 그래, 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