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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책 이야기

[책 이야기] 1cm - 김은주

 

 

때론 혈액형보다 귤 까는 습관이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어쩌다 그는 혈액형을 맹신하게 되었을까?

어쩌다 그녀는 커피에 약간의 소금을 넣어 마시는 취향을 갖게 되었을까?

어쩌다 그는 담뱃갑에마저 자기 이름을 써놓는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어쩌다 그녀는 줄무늬 스타킹에 줄무늬 치마 줄무늬 스커트가 환상적인 매치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이해할 수 없는 버릇, 취향, 어떤 성격은 그의, 그녀의 스토리를 듣는 순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놀부 이야기에 놀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스토리가 덧붙여졌다면 그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았을지 모른다.

이해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슬픈 영화도 팝콘과 콜라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영화에서의 슬픔과 절망은 실상 에필로그 부분에서 보여질 해피엔딩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비극적 결말조차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현실에서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치지 않고 아픔을 경험하는 것이 슬픈 영화의 장점이다.

 

진동칫솔이 나와도 칫솔은 버려지지 않았다.

자동우산이 나와도 우산은 버려지지 않았다.

TV가 나와도 라디오와 영화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새로운 노래가 나와도 옛 노래는 끊임없이 연주되고 있다.

새로운 것은 환영받지만 익숙한 것은 사랑받는다.

 

해도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할 일이 있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

해보고 하는 후회는 하지 않아서 하는 후회보다 늘 짧은 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