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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이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여행산문집이라 시간날 때 편하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선물하였다.

내가 어떤 내용의 책을 선물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여행을 별로 가보지 않아서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여행에서 찍은듯한 사진과 차분한 글이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한다고 한다.

나는 내 인생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가진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이러한 분명한 태도는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여행이 가고 싶어진다.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사람과 여행이 닮은 또하나는 사랑이 끝나고 나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음번엔 정말 제대로 잘하고 싶어진다는 것. 그것이다.


나와 많이 다른 사람 앞에서는 두렵다. 비슷한 사람하고의 친밀하고도 편한 분위기에 비하면 나와 다른 사람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속을 여미게 된다. 그럴수록 나와 같은 사람을 찾겠다면서 여러 시험지를 들이대고 점수를 매기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기준과 중심들을 꺼내놓고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이해하는지 이해 못하는지를 시험하는 것은 참 그렇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각자의 박자를 가지고 살며 혼자만의 시력만큼 살아간다.

우리는 그 모두를 겪겠다고 '인간 소믈리에'의 자격으로 태어난 것. 남의 '다름'을 한낱 '이상함'으로 보겠다는 포즈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세상의 여러 맛이 차려진 특급 식당에 입장할 권리를 잃는다.


걷지 않고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야. 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더라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획득할 수 없게 돼.

여행은, 신이 대충 만들어놓은 나 같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야 하는 진실이야. 그 진실이 우리 삶을 뒤엉켜놓고 말지라도, 그래서 그것이 말짱 소용없는 일이라 대접받을지라도, 그것은 그만큼의 진실인 거야.


그랬던 것도 같습니다. 그 사람한테서 춥다고 옷 두텁게 입고 다니라고 했던 말도 들었던 것 같고, 따뜻한 곳에 있다가 바깥에 나갈 때면 목도리를 두르라며 제일 먼저 챙겨주었던 것도 같습니다.

나에게 그 겨울은,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서 얼음 유리창으로 세상 밖을 내다봤던 이글루 안이었던 겁니다. 내 옆에 당신이 있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