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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책 이야기

[책 이야기] 인생, 강하고 슬픈 그래서 아름다운 - 변상욱

 

 

p63

걸음은 보폭이 크지 않고 느긋하더라도 단단해야 한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발자국이 땅에 깊은 자국을 남기듯 꾸욱 눌러 밟으며 천천히 걸어라. 겉보기엔 답답해 보일지 모르지만 세상엔 그 이상의 축지법도 그 이하의 축지법도 없단다. 왜냐하면 그건 인간의 도리와 분수를 아는 걸음이니까!

 

p70

두 번째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손은 마음'이라는 거지.

배우자의 손을 자주 잡아 주고 이루만져 줘.

마음 내키지 않더라도 손을 잡아.

예를 들어 부부 싸움을 하거든 방으로 들어가지 말고

밖으로 함께 나가서 무작정 하염없이 걸어.

걷고 걷다가 길도 건너고 생수 한 병 사서 목도 축이고

그리고 다시 걷다 보면 손을 잡게 될 거야.

아, 생수는 한 병만 사야 한다는 거 알겠지.

손을 잡으면 그다음은 알아서 진행될 거야.

손은 마음이라고.

 

 

p76

학교의 기말고사는 치를 때가 되었고 담임교사는 중요한 시험이니 잘 치러야 한다며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라고 독려했습니다.

이윽고 기말고사 날이 되어 시험지를 말아 든 교사가 교단에 알랐습니다.

"자, 모두 시험 치를 준비들 해라!"

교사가 외치자 백인 아이들은 읽던 책을 가방에 집어넣고 책걸상 간격을 벌리고 가방으로 벽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인디언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모두 책걸상을 한곳으로 몰아 치우더니 가운데 생긴 빈 공간에 둥그렇게 둘러앉았습니다. 그러고는 그동안 공부한 책과 공책까지 꺼내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황당해진 교사가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묻자 인디언 아이들은 대답했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배웠습니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모두가 힘을 모아 풀어 나가야 한다구요."

 

 

p183

우리도 그냥 살아 봅시다.

힘든 만큼 힘들고 쓸쓸한 만큼 쓸쓸합시다.

고통이 내 것이긴 하지만 나 자신은 아닙니다.

그것도 손님이니 맞이해 함께하면 하는 것이고

때가 되어 떠나면 보내는 것이죠.

 

p200

"어이 이 사람아, 어떤 빨랫줄은 튼튼하게 잘 버티고 어떤 빨랫줄은 시원찮아 끊어져 버린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끊어지지 않았으니 버티는 걸로 보이겠지만 언제고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짐이 널리면 도리 없이 끊어지는 거라구. 쉽게 끊어진 듯 보이는 빨랫줄도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버틴 거야. 세상 모든 줄이 저마다 버틸 만큼 버티고 있는 거지. 내가 버틸 만큼 버티듯이 다른 줄 또한 제가 버틸 만큼 버티고 있는 걸세. 어떤 줄이 나보다 먼저 끊어졌다고 해서 그 줄을 약한 줄이라고 말하지 말게. 그 줄도 끊어지기 직전까지는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텼다네. 그러니 결코 약한 줄이 아니지...... 세상에는 약한 줄도 없고 따라가 강한 줄도 없어. 그런 것은 자네 머릿속에만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