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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 원태연

 

 

깊은 눈의 미친놈을 찍었다. 죽어가는 미친놈을...... 죽어가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보내겠다는......

죽어가는 깊은 눈의 미친놈은 자신의 이름을 케이라고 말했다. 미친놈다운 이름이다.

케이는 내가 마지막으로 흡입한 마약의 이름이기도 하다. 북미에서 고양이 마취제를 정제시켜 만든 마약. 단 한 번의 흡입으로 인간을 고양이의 세계로 보내버리는 스페셜 케이. 스페셜 케이를 흡입하면 모든 신경이 마비된다. 마비의 미학! 그것은 모든 신경이 통제된 채로 하나의 길을 따라 끝까지 달려야 하는 동물 같은 자극이었다. 그 때 난 내 끝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하로 별 볼일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마약과 사진 찍는 일을 함께 끝냈다. 뉴욕의 작업실에서 케이를 흡입하면서 마약을 졸업했는데 지금 내 눈앞에, 아니 나의 앵글 속에 진짜 케이가 잡혀 있다.

"왜 시계들이 다 멈춰 있어요?"

"재밌잖아."

내 작업실 벽에는 여덟 개의 12인치 벽시계가 일렬로 걸려 있고 시간은 모두 여덟시에 멈춰 있다. 여덟 살 때, 아침 여덟시...... 내 성장을 멈춰버리게 했던 시간. 그 후 내 시간은 멈춰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