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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30년 - 박성신

 

 

 

"어디로 가십니까?"

"무덤. 민재가 엄마가 보고 싶은 모양이야. 하도 오래 돼서 기억이 잘 안 나. 혼자 가기는 무섭고."

상우는 이 밤에 왜 굳이 자신과 거기를 가려는지 대도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민재에게서 엄마와 누나의 무덤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산을 올랐다. 상우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앞서가는 대도는 처음과 같은 보폭으로 걷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상우는 뒤를 돌아 걸어온 길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에 가려 길이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인가의 불빛만 작게 반짝였다. 그때 대도가 돌아섰다. 그의 눈빛이 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무덤이라고 하기엔 덤불이 우거져 있고, 주변엔 썩은 감나무가 그득했다.

"자네, 부모님은 계신가?"

대도의 뜬금없는 물음이 상우를 더 긴장시켰다. 산속에서 듣는 그의 음성은 평소보다 냉엄해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계십니다."

상우는 무덤이 어디쯤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무덤을 쓸 만한 자리는 아니었다. 뭔가 이상했다.

'혹시... 설마!'

상우는 본증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결혼은 아직 안 했나?"

"네. 아직."

"애인은?"

"없습니다."

"이유가 뭔가?"

"네?"

대도의 눈이 어둠속에서 새카맣게 빛났다.

"우리 집을 괴롭히는 이유 말일세."

사방이 고요했다. 어느새 산 한복판에 와 있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다. 이 시각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혹시라도 인기척이 있을까봐 상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며 도망칠 궁리를 했다. 한 발 한 발... 앞에서 대도가 다가왔다. 얼굴에 원망의 빛이 스쳤다. 대도가 뒷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차갑게 반짝거리는 날카로운 것, 드라이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