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책책/책 이야기

[책 이야기]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

 

 

"안 돼!"

너무 순식간이라 손 쓸 틈도 없이 딸기가 바닥에 뒹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쑥 뻗었다.

'바로 주우면 먹을 수 있어.'

딸기를 집어 들고 입으로 후후 불다 보니 크림 범벅이 된 딸기에 긴 머리카락 한 올이 달라붙어 있다.

'괜찮아, 괜찮아. 씻으면 돼.'

나는 스스로 최면을 걸며 싱크대로 달려갔다. 허리를 구부리고 수도꼭지를 트는 순간, 갑자기 마음의 끈이 끊어졌다.

'뭐 하는 거니, 너......'

스테인리스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더미에 내 얼굴이 비쳤다.

바닥에 떨어져 더러워진 딸기를 기어코 주워 먹으려는 나, 뒤룩뒤룩 살 찐 서른 즈음의 외톨박이 여자, 그것이 지금의 나였다.

 

 

나는 스물아홉이다.

나는 뚱뚱하고 못생겼다.

나는 혼자다.

나는 취미도, 특기도 없다.

나는 매일 벌벌 떨면서 간신히 입에 풀칠할 만큼만 벌고 있다.

 

 

'그래, 라스베이거스로 가자!'

어차피 죽을 거라면 서른이 되기 직전, 스물아홉의 마지막 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생각되는 그 멋진 순간을 맛본 뒤에 죽는 거야. 카지노에서 전부를 잃어도 상관없다. 내 인생의 전부를 걸고 승부를 펼쳐 보는 거다. 그리고 땡, 서른이 되는 날 미련없이 목숨을 끊는다.

'1년, 내게 주어진 날들은 앞으로 1년이야.'

지금 나에게는 '죽지 못한 탓에 맞이하게 된 시간' 밖에 없다.

나는 지금부터의 시간을 '남아 있는 목숨'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날부터 내 인생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고향에 있을 때 나한테 요리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적의 행군을 막으려면 술과 고기를 베풀어라.'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그래서 오늘 이 만찬을 계기로 다시 나의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

 

 

내가 알던 그녀는 어제 죽었다. 이로써 나는 '또 다른 오늘'을 얻었고, 인생의 연장전을 이어가게 되었다.

서른 살 첫날, 내가 받은 선물은 '생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