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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파라다이스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목 매달린 사람이 시퍼런 혀를 빼물고 있었다.

그 주위 다른 나뭇가지에도 사형수들이 매달려 있었다. 한 그루에 한 명씩. 이따금은 한 그루에 둘씩. 모두 목둘레에 죄목이 적힌 팻말을 걸었는데, 그 팻말엔 단어 중에서도 가장 외설적인 이 단어가 적혀 있었다.

<환경 파괴범>

보통 나는 그런 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도시 대부분의 공원에 있는 나무들엔 이런 유의 을씨년스러운 열매들이 장식처럼 달려 있었으니까. 또 이 세상 다른 모든 도시의 공원들에도.

그렇지만 이런 광경이 유독 눈에 잘 띄는 곳은 바로 여기, 뉴욕 한 복판의 센트럴 파크일 터였다. 왜냐하면 조깅하는 사람들이 그 광경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운동에 전념한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멀쩡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환경을 오염시킬 만큼 정신 못 차린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말이지>라고 나는 생각했다.

교수형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었다.

<아무 생각 없는 가련한 자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제대로 알 수 있으려나?>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게끔 부추긴 것은 과연 무얼까, 나는 그걸 분석해 보려고 했다. 조금은 짐작이 갔다. 이들은 담배 한 대를 피우면서 짐짓 불량한 인간 행세를 해보고 싶었거나, 차고에 있던 할아버지의 폭발형 엔진이 달린 구형 포르셰 자동차를 몰고 나가 여자 친구 앞에서 깜짝쇼를 벌였거나, 아니면 휘발유로 돌아가는 구닥다리 잔디 깎는 기계를 수리해서 요란스레 작동시켜 반항아 노릇을 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딱 걸렸던 것이다.

그들이 안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구호는 명료했다.

<이제 더 이상 오염은 불가>

이 법령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