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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미생 - 윤태호

  

 

1권 : 착수

#1
저 불빛들 중 하나를 책임지게.
한 명 한 명의 불빛이 모여 우리의 밤을 밝히는 거니까.

#2
턱걸이를 만만히 보고 매달려보면 알게 돼.
내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현실에 던져져보면 알게 돼.
내 삶이 얼마나 버거운지.


2권 : 도전

#1
어떤 바둑을 졌을 때보다 처참했다.
다 자기만의 바둑이 있는 건데...
내가 뭐라고, 나 따위가 어디서 감히! 비루한 훈수질이냐.

#2
그냥 두는 수라는 건 '우연'하게 둔 수인데 그래서는 이겨도 져도 배울 게 없어진단다.
'우연'은 기대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끝난 사람에게 오는 선물 같은 거니까.

#3
사람의 인상은 찰나에 결정된다던가.
하물며 3분이면, 사기꾼이 성자로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4
말이라는 게 글과 달라 그 장소의 공기를 장악하지 않으면 금방 앙상해지잖아요.

#5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어.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제품은 없죠.

돌이 외로워지거나 곤마에 빠진다는 건 근거가 부족하거나 수 읽기에 실패했을때지.
제품이 실패하거나 부진을 겪는다는 건 그만큼의 예측결정이 실패했거나 기획, 판단이 실패했다는 걸 겁니다.

곤마가 된 돌은 죽게 두는 거야. 단, 그들을 활용하면서 내 이익을 도모해야지.
실패한 제품은 실패로 끝나게 둡니다. 단, 그 실패를 바탕으로 더 좋은 제품을 기획해야겠죠.

전체를 보는거야.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작은 패배를 견뎌낼 수 있어.
공장과 사무는 크게 보아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 공장이나 사무에서 실수와 실패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우리 모두 '이로움'을 추구하는 점에서 같습니다.


3권 : 기풍

#1
말하지 않아도, 행동이 보여지면 그게 말인거여.
어른 흉내 내지 말고 어른답게 행동해라.


4권 : 정수

#1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본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2
누구 한명의 캐릭터로 성사가 결정되는 일이라는 건 회사로선 매우 위험해.
당신 아니어도 될 일은 돼야 한다고.


5권 : 요석

#1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

#2
흑이든 백이든 어느 쪽이라도 먼저 두게 되면 상대에게 잡히게 된다.
따라서 누구도 착수하지 않고 남겨놓는다.
그것이 이익이라 생각한다.

#3
남들한테 보이는 건 상관없어.
화려하지 않은 일이라도 우린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필요한 일을 놓치고 남과 비교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회사에 보탬이 안 되는 건 확실하구만.

#4
모양이 눈에 들어와야 한다.
수 싸움은 그 다음.
형태를 익혀라.
그리고 그 형태의 빈틈과 약점을 끊임없이 연구해라.

#5
허겁지겁 퇴근하지 말고 한 번 더 자기 자리를 뒤돌아본 뒤, 퇴근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거야.

#6
정신 맑게 하고 있어요.
취해 있어선 기회가 와도 아무것도 못해요.
일이 잘될 때도 취해 있는 게 위험하지만,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취해 있는 건 위험해요.


6권 : 봉수

#1
바둑에선 상대가 나를 무시하는 한가한 수를 두거나,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거나, 중요한 곳임에도 애써 싸움을 피하듯 꾀를 부리면, 끝까지 추궁한다!

#2
그에게 있어 한 사람의 벗은 한 쌍의 귀를 의미한다. - F.모리아크

#3
불이다! 바둑도, 사업도.
바둑의 고수들은 대개 다혈질이다.
승부를 결정하는 그 순간만큼은 불이다.
불이어야 한다.
난 불을 꺼내지 못해 프로가 못 된 것이다!
승부를 결정지어야 할 때는 재가 되듯 타올라야 했다!
실패의 원인을 알게 된다는 건 때로 매우 통쾌한 일인가 보다.
나의 바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7권 : 난국

#1
싸움은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상대가 강할 때는.

#2
기초가 없으면 계단을 오를 수 없다.
기초 없이 이룬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 게 아니라 성취 후 다시 바닥으로 돌아오게 된다.

#3
기억력이 있다는 것은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진정 위대함은 잊는 데 있다. - E.허버드

#4
앞을 보면 가야 할 길이 하염없이 남은 것 같지만, 문득 돌아보면 꽤 먼 거리를 걸어왔음에 대견스러울 때가 있다.
그 걸어온 길의 거리가 뿌듯하게 자랑스러울 수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만만찮은 거리에 좌절할 수도 있다.
내가 걸어온 이 길이 후회가 될지, 보람이 될지 길의 끝에서나 알게 되겠지.
그저 걸을 뿐이다. 매우 성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그것이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의 숙명이다.


8권 : 사활

#1
인생은 끊임없는 반복!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취한다!

#2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이 일의 능률을 높이는 것이라면,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사람은 끊임없이 습관을 거부할 것이다.
하루가 수많은 습관의 결과라면, 나는 하루를 다 살아내고 있는가?

#3
뜻[志]이 향[向]하는 것. '지향'.
처음부터 지금의 나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떤 것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게 되는 근거는 '지향'에 있다.
무엇인가가 되고 싶고 갖고 싶어 그것을 향하게 되고, 그러다 당장의 자신을 배반하는 선택을 하게 될 때도 있다.
지향하는 바를 위해 이렇게 포기를 해도, 지향하는 대로 살기란 매우 어렵고, 지향하는 바를 성취했다 하더라도 회한과 깊은 고독에 빠진다.
지향은 곧 길이고, 그 길을 걸을 뿐인 누군가는 길의 끝에서 거울을 마주하게 된다.
그 거울에서 소박하게 만족한 미소를 띤 누군가가 서 있을 수도, 괴물이 되어 있는 자신을 만날 수도 있다.


9권 : 종국

#1
서류상에 기록된 과거의 기록은 당시의 정황과 정서를 담아내지 못하고, 그것을 증명하려는 노력은 구차해진다.

#2
판단을 그르칠 때는 징후가 있더라고. 어떤 상황에 놓일 때나...
지키고 싶을 때, 갖고 싶을 때, 싫을 때, 미울 때, 좋을 때, 사랑에 빠졌을 때, 배고플 때... 먹어라. 익었다.

#3
일을 한다.
회사에 나왔으니 일을 한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고, 살아갈 수 있고, 잊을 수 있다.
지나고 나면 추억일지라도 지나지 않았으므로 괴로워진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싶을 때, 그것은 이미 추억이 되어 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말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의 괴로움으로 족하다.

#4
이미 그것은 언제 내 것이었냐는 듯, 차가워져 있었다.
내 인프라는 나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