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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미 비포 유 - 조조 모예스


 

"그러면 원하는 게 뭐예요?"

"내가 원하는 뭐요?"

"인생에서?"

나는 눈을 껌벅거렸다. "그건 좀 심오하네요, 그렇죠?"

"그냥 전반적으로요. 정신분석을 해보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냥, 하고 싶은 게 뭐예요? 결혼?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거? 꿈꾸는 직업은? 세계여행?"

한참 동안 아무말도 오가지 않았다.

대답을 입 밖에 내어 말하기도 전부터 나는 그가 실망할 걸 알고 있었다. "몰라요. 진짜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나는 그의 허벅지를 내려다보고 주변의 마룻바닥을 살폈다. 파손된 물건들 사이에서 하필이면 그와 알리샤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일그러진 은제 액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길을 들어 그의 눈을 보았다. 그 몇 초는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길고도 길었다.

"이 물건도 펑크가 나나요?" 그러다 내가 휠체어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한순간 이번에 드디어 큰 사고를 쳤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보일락 말락 희미하기 짝이 없는 미소가 그 얼굴에 스쳤다.

 

이제 금방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에 노크를 하자 누군가 들어오라고 대답했다. 두 쌍의 눈동자가 내 쪽으로 휙 돌았다.

"미안해요." 의사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물리치료사인 줄 알고 그만."

"저는 윌 씨의...... 도우미예요." 나는 문을 꼭 붙잡은 채 말했다. 휠체어에 앚은 윌이 한껏 몸을 사리자 네이션이 그의 셔츠를 끌어내렸다. "죄송해요. 끝나신 줄 알았어요."

"1분만 나가 있어줄래요, 루이자?" 윌의 목소리가 방 안을 싸늘하게 갈랐다."

죄송하다고 중얼거리며 물러나는데, 얼굴이 타는듯 화끈거렸다.

그의 몸은 마르고 흉터투성이였지만, 내가 그토록 충격을 받은 건 윌의 벗은 몸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짜증 섞인 의사의 표정때문도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윌의 양 손목을 가로질러 그어진 소름끼치는 붉은 줄 때문이었다. 아무리 네이선이 재빨리 윌의 소매를 내려도 감출 수 없었던, 그 길고 선명한 흉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