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책책/책 이야기

[책 이야기] 조선야화 - 도현신

 

 

"중요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의 중국인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닌 화성 같은 다른 별에 살고 있던 사람의 존재를 상상했었다는 사실이 아닐런지요? 비록 지금은 화성에 갈 수 없지만, 훗날 누군가 화성에 가서 그곳에 사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 또한 《수신기》의 가치를 증명해 주는 결과가 아닐까요?"

 

"영웅호걸이 필요한 시대는 불행한 시기라는 말도 있사옵니다, 전하."

"하지만 사람이 자기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불행이 아닐까?"

 

"아마 그들을 잘 다독이면 마음을 고쳐먹고 착하게 살 거라고 생각을 했던 모양이옵니다. 그러나 사람의 본질은 한 번 형성이 되면 좀처럼 변하지 않사옵니다. 그리고 사악한 자들은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할 뿐, 도덕이나 윤리 같은 것은 전혀 안중에도 없지요. 애석하게도 소연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탐욕스러우며 거짓으로 가득 찬 존재인지도 몰랐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다고 여기지. 자기와 다른 형태의 인간에 대해 알거나 이해하는 자는 매우 드물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소연이 패망했다는 사실 그 자체이옵니다. 오호십육국과 남북조시대를 통틀어 가장 자비롭고 부지런하며 검소한 삶을 살았던 황제가 어쩌다 참혹한 최후를 맞았으냐, 하는 것이옵니다. 물론 소연은 정말로 선량한 사람이었사옵니다. 그러나 그 선량함이 오히려 그를 파멸로 이끌었다옵니다. 착한 소연은 사악한 후경에게 패매하고 말았던 것이지요. 역설적이지만 그는 선량함의 세계에 갇혀 살았기 때문에, 그 세계 박에 있던 거대하고 위험한 악을 보지 못했사옵니다. 그래서 난생처음 보는 악과 마주치자, 어찌해야 할 줄을 몰라 허둥대다가 속수무책으로 몰락했던 것이옵니다. 전하께서는 이 점을 명심하셔야 하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아이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낙원이 아니라, 온갖 추악함으로 가득 찬 진흙탕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