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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달팽이 식당 - 오가와 이토

 

 

모계 가족의 기질은 반드시 대를 걸러 유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엄마는 너무도 정숙한 외할머니에게 반발하여 그것과는 정반대로 파란만장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고, 그 엄마 밑에서 자란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반발하여, 또 그것과는 정반대인 평범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오셀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어머니가 하얗게 칠한 부분을 딸을 열심히 검게 덧칠하고, 그걸 그 딸인 손녀는 다시 하얗게 칠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생리혈이나 남의 코피를 보는 것조차 무서워서 현기증이 날 것 같은 겁쟁이다. 하지만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굳게 마음먹고 눈 깜박거림조차 필사적으로 참았다.

이윽고 닭은 얌전해지고, 양계장 남자에게 잡힌 채 어이없이 절명했다.

지금 이 요리를 만들기 위해 살아 있던 닭 한 마리가 희생된 것이다.

그러니 목숨을 내어 준 토종닭을 위해서도, 그리고 할머니를 위해서도 할 수 있는 최고의 요리를 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했다.

 

내게 요리란 '기도' 그 자체다.

엄마와 슈이치 씨와의 영원한 사랑을 비는 기도이고, 몸을 바친 엘메스에 대한 감사의 기도이고, 그리고 요리를 만드는 행복을 베풀어준 요리의 신에게 올리는 기도이기도 했다.

 

인스턴트식품에는 감정이며 생각이 전혀 없어서, 감정이 과민해진 내게는 아주 적당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엄마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싶어서 인스턴트식품만 먹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직접 요리를 만들어도 자신의 맛밖에 나지 않았다. 문어가 자기 발을 먹고 배를 채우는 것처럼, 고양이가 자신의 성기를 핥는 것처럼 뭔가를 먹고 있다고 하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요리는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마음을 담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영양이 되는 것이다.

 

요리를 버려서는 안 된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시 요리를 시작하자.

내 주위 사람들이 기뻐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자.

먹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요리를 만들자.

먹고 나면 아주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요리를, 앞으로도 계속 만들자.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곳, 달팽이 식당의 주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