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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여행은 연애 - 주형원

 

 

나는 여행을 가본 적이 별로 없다. 혼자서의 여행은 전혀 없다. 여행을 갔다와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로 다시 시작한다거나 무언가 많은 깨달음을 얻는 것을 종종 보고 듣곤 했다.

여행은 어떤 것일까? 여행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현재 나는 많은 고민이 있는 상태이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이다.

여행을 통하여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지, 여행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시련은 최고의 자극제라고 한다. 현재 나의 시련은 최고의 자극제가 될 수 있을까?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어 이러한 고민도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능력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안하는건 어리석은 것 같다. 되든 안되는 일단 해보자. 후회가 없도록.

간접적이지만 작가의 여행을 통한 깨달음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실제 여행을 가보고 싶다.

더 늦지 않게 준비하여 여행을 떠나보자.

 

 

p32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둘 중 하나다. 돈이 정말 많거나(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람들이 돈에서 자유롭기는 더 힘들다.) 돈이 없어봐서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따는 걸 피부로 느껴본(다른 말로 하면 진작부터 돈을 포기한) 사람. 나는 후자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늘 내가 걱정이라고 말한다.

"너는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사는 데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

 

p34

때로는 시련이 최고의 자극제다.

 

p59

그때 나는 길 역시 인생과 마찬가지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그저 무임승차로 어느 지점에 도착하면 의미도, 즐거움도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내 노력으로 간 길이 아니면 아무리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남는 건 결국 허무뿐이라는 것을. 결국 나는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다시 기차를 타고 걸음을 멈추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머지 길을 최선을 다해 걸었다. 길에 돌아오니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 어떤 것도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힘든 오르막길도, 사람들의 코 고는 소리도, 지친 몸이 신음하는 밤도 모두 감사하게만 느껴졌다. 그제야 나는 길을 진정으로 즐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신명나게 걸었고, 춤을 추듯 걸었다.

드디어 마지막 날, 나는 빌바오에 당당히 걸어서 입성했다. 신기하게도 분명 똑같은 곳인데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p66

"까미노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오지. 인생에 문제가 많은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 아니면 자신의 인생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젊은이들. 어디 한번 건강을 위해 걸어볼까, 하며 밝은 얼굴로 까미노행을 결정하는 사람은 없어."

까미노의 많은 외국 친구들은 내게 물었따.

"왜 저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이렇게 먼 곳까지 걸으러 오는 거야?"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만 답했다.

"그만큼 길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서..."

 

p73

하지만 까미노에 오기 전의 나는 툭하면 '버럭' 했고, 절대 만만한 상대로 보일 수 없다는 생각에 웬만한 일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게다가 몸이 아프면서부터는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져서 싸우는 실력만 늘어갔다. 엄마 말마따나 '쓰잘 데 없는 짓'에 힘을 빼면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는 데에 꼭 필요한 짐만 지고 걸으면서(북쪽 길을 교훈삼아 짐의 무게를 최소화했다.) 최소한의 걱정만 하다 보니(예를 들어 '오늘 저녁은 어디서 잘 것인가?' '점심으로는 뭘 먹을까?' 등등.) 내가 왜 그렇게 별일도 아닌 일들에 화를 내며 살았나 싶었다.

 

p106

육십에 가까운 아저씨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네 나이라면, 네 나이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되든 안 되든 원하는 일을 무조건 해볼 거야. 뭘 망설이는 거야? 당장 부딪쳐봐! 혹시 알아? 언젠가 내가 네 이름으로 나온 책이나 대큐멘터리를 보고 있을지? 그러면 나는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겠지. 나 이 사람 안다고."

"모르겠어요. 아직 능력도 안 되고 준비도 안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래서 영원히 안 할 거야? 언제 준비가 다 될 것 같아? 내 나이가 되면 될 것 같아? 그냥 도전해! 당장 해보라고!"

 

p110

막상 끝이 보이니 아쉬웠다. 왜 더 즐기지 못했을까, 왜 더 감사한 마음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인생길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p118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p145

"베트남 사람들한테 산티아고로 한 달간 걸으러 간다고 말하면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어. 그렇게 걸으면 누가 돈 주냐고.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그들에게 일부러 산티아고까지 가서 뙤약볕을 맞으며 걷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거든."

실제로 까미노에는 소위 말하는 후진국(순전히 경제적인 의미로만 봤을 때)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빌 아저씨의 말마따나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데 그곳까지 가서 걸을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외롭고 공허하다고 투정 부릴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집 안에 홀로 고독하게 죽어갈 공간이 어디 있겠는가.

어쩌면 외로움과 공허, 고독이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고 가야 할 '존재적 짐'이 아닐까. 외로움과 공허, 그리고 고독. 서로가 서로에게 얽혀 있을 이 감정들과 여전히 대치한 채 나의 쿠바 여행 준비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