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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성녀의 구제 - 히가시노 게이고

 

 

남편과 결혼할 때 1년안에 아이를 낳지 못하면 이혼한다는 조건으로 결혼한 여자가 있다.

아이를 낳지 못했고, 남편은 이혼을 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여자는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여자는 남편을 죽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소설은 초반에 범인과 범인의 범행 동기가 밝혀진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처럼 '누가 범인이고 왜 죽였는가' 가 아닌 '어떻게 죽였는가?' 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살인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범인이 어떻게 살인을 하였는지, 이 범인이 진짜 범인이 맞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책의 제목이 왜 '성녀의 구제' 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p257

"자네는 공룡 화석이라면 다 뼈라고 했지만, 그 착각에야말로 중대한 함정이 있는 거야. 그 때문에 수많은 고생물학자가 귀중한 자료를 헛것으로 만들었지."

또 그 얘기야, 하면서도 구사나기는 대화에 응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 화석은 전부 뼈뿐이던데."

"그래, 옜날에는 뼈밖에 남기지 않았지. 나머지는 다 버렸어."

"무슨 뜻이지?"

"땅을 파 내려갔더니 공룡 뼈가 나왔다고 쳐. 학자들은 기뻐 날뛰면서 뼈를 채취하겠지. 뼈에 묻은 흙을 싹 털어 내고 거대한 공룡 해골을 완성해. 그리고 티라노사우르스의 턱은 이렇게 생겼구나, 팔은 이렇게 짧았구나 하면서 연구를 시작하지. 그런데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중대한 실수였던 거야. 2000년, 어느 연구 단체가 화석을 파냈는데, 흙을 털어 내지 않은 채 CT로 스캔해서 내부 구조를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를 했대. 그랬더니 영상에 심장이 나타났다는 거야. 그전까지 아무 생각 없이 털어 버렸던 골격 내부의 흙이 공룡이 살아 있을 당시의 장기와 조직이었던 거지. 지금은 공룡 화석을 CT로 스캔하는 것이 고생물자들 사이에서는 일반화된 기술이야."

구나사기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얘기군. 그런데 그게 이번 사건과 무슨 관계라도 있다는 거야? 아니면 단순한 잡담?"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난 그것이 수천만 년이란 시간이 만들어 낸 교묘한 트릭이라고 생각했어. 과거 공룡 뼈를 발견했을 때 내부의 흙을 털어 낸 학자들을 비난할 수는 없지. 당시만 해도 남아 있는 뼈만으로 연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깨끗한 뼈로 완벽한 표본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쓸모없다고 버렸던 흙에 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거야."

 

P451

결혼 후에도 그는 친절했다. 남편으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게 대해 주었다. 그의 애정이 변하지 않는 한 아야네는 정수기에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준코에게 한 짓은 용서할 수 없지만, 자신에게 똑같은 짓만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이대로 지내도 좋았다. 아야네에게 결혼 생활이란 교수대에 오른 남편을 지속적으로 구제하는 나날인 셈이었다.

 

P452

남편을 구제하는 나날이 끝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