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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불편해도 괜찮아 - 김두식

 

 

이 책은 영화를 소재로 인권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 인권을 이해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살아온 환경과 지식,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영화감독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영화에서는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예로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군의 배후를 치도록 샛길을 알려준 배신자 에피알테스를 흔히 '꼽추', '곱사등이' 등의 비하적 표현으로 불리는 척추장애인으로 묘사한다.

스파르타인들의 난폭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를 장애인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심지어 부가영상의 해설에 참여한 역사학자 베타니 휴즈는 "에피알테스는 역사에 의해 악마화되었기 때문에 영화가 그를 꼽추로 묘사한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악마를 묘사하기 위해 장애의 도입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장애인 차별은 정당한 것인가?

이 책을 읽고 청소년 인권, 성소주자 인권, 여성과 폭력, 장애인 인권,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의 문제, 제노싸이드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p18

유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지랄 총량의 법칙은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이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사춘기에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서 그 양을 소비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춘기 자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게 다 자기에게 주어진 '지랄'을 쓰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도 했습니다. 사춘기에 호르몬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설명도 가능하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마음에 와닿는 표현이었습니다.

 

p141

영화를 볼 때마다 자신을 누구와 동일시할 것인지 조심스럽게 선택해보십시오.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 '불편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면, 이 영화가 10원짜리 팬티를 입은 타잔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저질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p183

모든 사회문제는 이런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쪽 이야기만 듣고 그쪽 논리를 따라가면 오히려 속이 편하지만, 양쪽 이야기를 드고 나면 머리가 아픕니다. 그런 헷갈리는 상황에서 기억할 만한 원칙이 바로 '의심스러울 때는 약자의 이익으로' 해석하라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에서 자주 논의되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변용한 표현인데, 누구 입장에 서야 할지가 불투명할 때 방향을 정하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p292

소설 속에서 애티커스 핀치가 딸에게 주는 가르침의 핵심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판한다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는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과 함께 인권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명제입니다. 소설의 제목도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앵무새 같은 양자'들, 예컨대 톰 로빈슨이나 부래들리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메씨지를 담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