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책책/책 이야기

(235)
[책 이야기] 피가로의 결혼 - 보마르셰 이발사였다가 알미비바 백작의 하인이 된 피가로와 백작의 시녀 수잔느의 결혼이 중심 소재로, 애정이 식어 서먹서먹해진 백작과 백작부인 사이에서 수잔느와 피가로는 백작부인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 하녀를 유혹하는 백작의 바람기를 물리치고 순소롭게 부부가 된다. p127 피가로 그럼 그렇고말고. 옛날의 철없는 짓도 세월이 가면 깨닫게 되고, 근거 없는 조그만 거짓이 큰 진리가 된다는 것을 안 이래로 이 세상엔 수많은 진리가 있다고 난 믿지. 폭로될까 두려워 만든 진실, 왜냐하면 진실은 입에 내놓기 괴로우니까. 믿지도 않고 지껄이는 진실, 왜냐면 진실이란 믿기 어려우니까. 그리고 열렬한 서약, 어머니의 협박, 주정뱅이의 증언, 계약인의 약속, 상인의 청구서, 이처럼 진리란 무수히 많지. 그 중에도 틀림없는 진리는..
[책 이야기]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 무라카미 하루키, 가와카미 미에코 p145 이를테면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애독하고 존 레넌을 사살했던 사람이 있죠.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이야기는 생물입니다. 우리는 생물을 만드는 거예요. 어떤 때는 그 생물이 인간 내부의 어두운 부분을 건드려 깨우기도 합니다. 무섭다면 무서운 일이죠. 하지만 그 사건이 샐린저 탓은 아니에요. p238 전에도 말했듯이 소설 쓰는 일은 일종의 신용거래고, 한번 잃어버린 신용을 되찾기는 매우 어려워요. 시간을 들여 '이 사람이 쓴 거니 돈 내고 사서 읽어보자'라는 신용을 쌓아나가고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장을 정성껏 갈고닦는 일이 중요해요. 구두를 닦거나, 셔츠 다림질을 하거나, 칼날을 가는 것처럼. p306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기란 때로 매우 힘겹습니다. 독자의 입장과 작가의 입장은 꽤 ..
[책 이야기] 을의 연애 - 을냥이 p26 나는 말야, 친구 없는 것도 아니고 술도 좋아해. 근데.. 근데 네가 언제 만나자고 할지 몰라서 늘 기다렸어. 내가 먼저 보자고 할 때는 바쁘다고 하고, 갑작스레 만나자고 하는 너니까. 너는 언제쯤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비워줄까? p46 나는 연락에 집착하는 것을 줄였고, 너는 최소한의 연락을 하기 위해 노력해줬다면 되는 일이었다. 나를 이상하게 몰아갈 것이 아니라. 모든 관계는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밀접한 관계인 연인 사이에서 연락이 끊긴다는 것은 이별을 뜻한다. 연인이 연락 문제로 외로움을 느끼고 당신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 이야기] 그로부터 20년 후 - 민이언 p21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란 사실보다도, 재연될 수 없는 시간이란 사실이 그리움의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추억이란 그 시절에 두고 온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 띄워놓은 부표인지도 모르겠다. p35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위대한 사건이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또 다른 무언가를 가능케 하는 미래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케 하고자 시작했던 일이, 결국엔 자신이 행복해지는 일로 변해버리는 강백호의 미래처럼.... p92 같은 인연의 계기가 주어져도 누군가와는 친구가 되고, 누군가와는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유가 없이 성립된다는 점이 사랑과 같지만, 공백과 단절을 겪으면서도 강도와 경도가 약화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오랜 세월 동안 만나..
[책 이야기] 자비없네 잡이없어 - 희망제작소 p54 입사하자마자 기수별, 부서별로 밀어닥치는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실 때 몸은 괴로웠다. 하지만 '이제 나는 여기 속해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직은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이 사람들과 점점 친해져 고민도 나누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차올랐었다. p60 이 세대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사람'은 하나의 조직에 들어가서 길게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가치와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명혹하게 인식하고 일하는 사람이다. p72 스위스에서 보낸 시간 동안 가치관이 크게 바뀌었어요. 특히 휴식, 휴가에 대해서요. 민박집에는 장기 여행하는 한국인 손님이 많았는데요. 대부분 직장을 그만두고 오더라고요. 그때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가를 길게 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고서야 여행을..
[책 이야기]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 김희림 p137 "쾌락과 좋음은 별개의 것입니다. 가려운 데가 있어서 긁고 싶을 때 마음껏 긁으면서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까? 실컷 긁을 때는 잠시 쾌락을 느낄 수 있으나, 가려움증을 치유 받는 것이 진정한 좋음일 것이외다. 진정 좋은 것은 쾌락보다 우월합니다." p140 책은 솔직합니다. 누가 읽든 스스로가 가진 진리의 빛을 나누어주기를 마다하지 않거든요. 그대가 누구이든, 책이 그대를 위해 준비한 맛난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책이라는 글자들의 무한한 조합 속에 숨겨진 보물은 모두 그대의 것입니다. p168 책을 읽는 것은 말을 잘하기 위함이 아니라 덜하기 위함입니다. 말을 할 때에는 그 말이 침묵보다 나아야 합니다. 침묵보다 나은 소리를 잡음 없이 효율적이고 압축적으로 내기 ..
[책 이야기]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 - 이와이 슌지 p39 "이 하늘의 강을 진짜 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작은 별 하나하나는 전부 그 강바닥에 있는 모래나 자갈에 해당합니다." p154 "초등학교 시절에는 뭔가 친구와 마음이 맞거나 함께 있으면 즐겁고 없으면 쓸쓸하다고 느껴지는 우정이 없었어." 고등학교 시절의 준이치는 그런 식으로 말했다.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그 무렵의 우리는 노는 것이 중요했고 혼자서 하는 놀이에는 친구도 필요 없었다. 그렇지만 혼자서는 못 하는 놀이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협력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이 친구라는 존재였다. 그 존재는 교환할 수 있었고, 매년 반이 바뀌면서 강제로 친구를 계속 잃어도 상처 입거나 슬펀 적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식으로 학교에 길들여졌을지도 모른다. p164 "가출이 아니야." "그럼 ..
[책 이야기] 사랑한다면 왜 - 김은덕, 백종민 p19 커플이 되겠다 약속함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서로가 행복한 방향으로 함께 걷겠다는 의미이다. 당신은 더 많이 요구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요구해야 겨우 사랑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 행복한 관계는 끊임없는 요구로 얻어지는 것이지 당시의 인생에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p93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입지도, 사용하지도 않은 옷과 제품들을 방 안에 쌓아 놓고 살았는데 위아래 열 벌도 안 되는 옷으로 2년을 여향한 자의 눈에는 이 모든게 사치로 보였다. 그 '언젠가'는 찾아오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p148 우리는 행복을 손에 쥐고 싶어 한다. 행복만 찾으면 근심 걱정이 사라지리라 의심치 않는다. 그럴수록 행복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 사이는 점점 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