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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가면산장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당신네들 입으로 직접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서 내가 대신 말해 주는 거야. 당신네들은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 척하고 있지만 누군가 한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있어. 그 여자를 죽인 사람은 당신네들 중에 있다고."

 

"그녀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듯했어. 그러다 몇 초 후에 알아차린 것 같더군. 그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부릅떴으니 말이야. 그리고 말하더군. 네, 하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어요, 하고 말이야. 그런데 나는 그 사정이라는 것을 듣지 않았어. 그녀의 반응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틀림없다, 이 아이가 우리 딸 도모미를 죽였다, 그렇게 확신했네. 나는 자상한 고모부의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에게 다가가 재빨리 등뒤로 돌아가서는 주저 없이 등에 칼을 꽂았어. 그녀는 거의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지. 고통스럽게, 그리고 슬픈 눈으로 나를 보았을 뿐."

그런데, 하고 말을 이르려던 노부히코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녀가 고개를 힘없이 흔들면서 딱 한마디, 이렇게 말하더군. 다른 사람이에요, 하지만 죄는 같죠, 라고 말이야."

"죄는 같다?"

 

그녀를 배웅한 후 다카유키는 후회와 불안에 휩싸였다. 그녀가 과연 그 약을 먹을까, 약을 먹고서 운전 중에 졸다가 사고를 일으킬까, 내가 이 무슨 끔찍한 짓을 한 것인가...... 하지만 그녀가 반드시 죽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딘가에서 잠시 잠을 청할 것이다. 괜찮다, 죽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으로 어떻게든 일이 잘 풀려서 사고가 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