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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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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아웃라이어 - 말콤 글래드웰 생물학자들은 흔히 '생태학'이라는 단어를 통해 구조적인 차원을 설명하곤 한다. 숲에서 가장 키가 큰 상수리나무가 그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단단한 도토리에서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나무가 햇볕을 가로막지 않았고 토양이 깊고 풍요로우며 토끼가 이빨을 갈기 위해 밑동을 갉아먹지도 않았고 다 크기 전에 벌목꾼이 잘라 내지 않은 덕분에 가장 큰 나무가 된 것이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은 모두 단단한 도토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빛을 준 태양, 뿌리를 내리게 해준 토양, 그리고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던 토끼와 벌목꾼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을까?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
[책 이야기] 총각네 야채가게 - 김영한, 이영석 이영석에게 고정 거래처란 없다. 흔히 소매상인들은 고정적으로 거래하는 도매상이 있다. 하지만 이영석은 결코 누군가와 고정적으로 거래하는 법이 없다. 아무리 믿을 수 있는 도매상인이라 할지라도 그의 물품의 질도 항상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가 고정적으로 거래하는 대상은 오로지 최상의 물품뿐이다. 그는 도매상인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입맛에 맞는 물품과 거래한다. "할아버지, 원숭이 한 마리만 주세요." "원숭이? 젊은이가 원숭이를 왜 찾나?" "심심해서 한번 키워 보려구요. 얼마예요?" "한 장은 줘야지." "백만 원이요?!" "이 녀석은 사자마자 죽어버리는 것들과는 달라. 건강한데다가 아주 귀엽게 생겼지." 이영석은 원숭이 같은 동물은 살 때 비싼 값을 치러야 하지만 되팔 때는 헐값..
[책 이야기] 플라이, 대디, 플라이 - 가네시로 카즈키 나는 모두에게 브루스 리 식으로 인사를 하고, 발길을 돌렸다. 사복군단이 원을 무너뜨리고, 내가 걸어갈 길을 열어주었다. 나는 그들이 깔아준 길을 따라 당당하게 걸었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야유가 들려왔다. 웃기지 마! 정말 이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그런 야유였다. 내가 그런 말에 눈이나 깜짝할 줄 알아? 나는 두 팔을 날개처럼 수평으로 펼쳤다. 그리고 천천히 날갯짓을 했다. 하루카. 나는 아직 솔개는 아니지만, 지금,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왜 그럴까? 당장 너를 보고 싶어. 조금만 기다려줘. 지금, 날아갈 거야.
[책 이야기]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 - 미치 앨봄 아냐! 에디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야! 파란 사내는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아니라구요? 천국일리가 없다구요? 왜요? 여기가 당신이 자라던 곳이라서?" 파란 사내가 물었다. "네." 에디는 입술을 달싹이며 대꾸하자 파란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래요.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을 얕잡아보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천국은 생각지도 않은 구석에서 찾아낼 수 있는 법이랍니다. 천국에는 여러 단계가 있어요. 이곳이 내게는 둘째 단계이고 당신에게는 첫 단계랍니다" 파란 사내는 에디를 데리고 공원을 돌았다. 담배 가게를 지나고 소시지 노점을 지나자 어리숙한 사람들이 동전푼을 뜯기는 도박장이 나왔다. 천국이라고? 에디는 생각했다. '말도 안 돼.' 그는 어른이 된 이후 줄곧 루비 가든에서 벗어나..
[책 이야기] 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 - 앤디 앤드루스 암흑시대나 중세시대에 대해 공부하면서 나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 실은 괴상한 패러독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역사(history)'와 '과거(the past)'를 구별하지 못한다. 예전에 존재했던 '과거'는 진리이자 진실이지만, '역사'란 사실상 전적으로 누군가가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어?' 하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이 직접 겪었던 어떤 사건이 다음 날 미디어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라는 것이 실은 전적인 날조, 즉 뭔가 속셈이 있는 누군가가 자신만의 도끼날로 갈아낸 허구의 이미지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쇼크를 받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중세시..
[책 이야기]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 오스틴 클레온 "어설픈 시인은 흉내 내고 노련한 시인은 훔친다. 형편없는 시인은 훔쳐온 것들을 훼손하지만 훌륭한 시인은 그것들로 훨씬 더 멋진 작품을, 적어도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어낸다. 훌륭한 시인은 훔쳐온 것들을 결합해서 완전히 독창적인 느낌을 창조해내고 애초에 그가 어떤 것을 훔쳐왔는지도 모르게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 T.S.엘리엇 작가 조너선 레섬은 "세상이 어떤 작품을 '오리지널'이라고 할 때, 그 십중팔구는 그 작품이 참조한 대상이나 최초의 출처를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훌륭한 아티스트들은 그 어떤 것도 맨땅에서 솟아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모든 창작물들은 이전의 다른 창작물들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다. 세상에 오리지널은 없는 것이다. 성경에도 이런 말이 있다. "태양 아래 새로..
[책 이야기] 파피용 - 베르나르 베르베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세 가지 적과 맞서게 되지. 첫 번째는 그 시도와 정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두 번째는 똑같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지. 이들은 자네가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자네를 때려눕힐 때를 엿보고 있다가 순식간에 자네 아이디어를 베껴 버린다네. 세 번째는 아무것도 하지는 않으면서 일체의 변화와 독창적인 시도에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다수의 사람들이지. 세 번째 부류가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고, 또 가장 악착같이 달려들어 자네의 프로젝트를 방해할 걸세.」 나는 나비가 날개를 잃고 다시 애벌레가 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애벌레가 다시 예전의 나비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애벌레에게서 ..
[책 이야기] 귀 - 서정춘 꽃신 어느 길 잃은 어린 여자아이가 한 손의 손가락에 꽃신발 한 짝만을 걸쳐서 들고 걸어서 맨발로 울고는 가고 나는 그 아이 뒤 곁에서 제자리걸음을 걸었습니다 전생 같은 수수년 저 오래전에 서럽게 떠나버린 그녀일까고 그녀일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