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배꼽철학 - 임숙경
사랑이 있다면, 정열적인 사랑이, 헌신적인 사랑이, 생명까지라도 바칠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있다면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헌신적이지도, 정열적이지도 못하다. 그들은 그저 미적지근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 목숨을 바쳐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삶에는 불이, 새파랗게 타오르는 생명의 불이 없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얼마나 크게 작용될지 모른다는 것을, 보통 사람들은 좀처럼 알지 못한다. 큰 나무는 하늘에 가깝고, 작은 나무는 땅에 가깝다. 큰 나무는 큼에 기뻐하고, 작은 나무는 작음에 기뻐한다. 이렇듯 만물은,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가에 앉아서 고기를 탐하느니 돌아와 그물을 짜라. 어떤 자리에서 남의 지혜를..
[책 이야기]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 천명관
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이대로 어디론가, 내히 이러 바라래 가듯이, 한없이 흘러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너른 바다에 이르러 둥실둥실 떠다닐 수 있다면, 거대한 참치는 아니더라도, 등 푸른 고등어는 아니더라도, 겨우 멸치라도 되어, 이왕이면 씨알 굵은 멸치가 되어, 단 하루라도 마음껏 헤엄쳐다닐 수 있다면! 그렇게 망망대해 헤엄치다 지쳐, 얼굴 검게 그을린 어부의 질긴 그물에 걸려, 어기영차, 어부들 그물 터는 소리에 내장과 함께 가슴에 맺힌 한 모두 털려, 끓는 소금물에 후줄근한 육신 깨끗하게 삶아져, 고소한 기름에 달달 볶여, 뜨거운 프라이팬 위를 이리저리 뒤치이다, 한젓가락 밥반찬이 되어, 한 아이의 앙증맞은 어금니에 아작아작 씹혀, 그렇게 누군가의 뼈가 되었으면, 그렇게 누군가의 손톱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