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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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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배꼽철학 - 임숙경 사랑이 있다면, 정열적인 사랑이, 헌신적인 사랑이, 생명까지라도 바칠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있다면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헌신적이지도, 정열적이지도 못하다. 그들은 그저 미적지근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 목숨을 바쳐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삶에는 불이, 새파랗게 타오르는 생명의 불이 없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얼마나 크게 작용될지 모른다는 것을, 보통 사람들은 좀처럼 알지 못한다. 큰 나무는 하늘에 가깝고, 작은 나무는 땅에 가깝다. 큰 나무는 큼에 기뻐하고, 작은 나무는 작음에 기뻐한다. 이렇듯 만물은,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가에 앉아서 고기를 탐하느니 돌아와 그물을 짜라. 어떤 자리에서 남의 지혜를..
[책 이야기] 칼의 노래 - 김훈 조정은 작전 전체의 승패보다도 가토의 머리를 간절하게 원했다. 가토는 임진년 출병의 제2진이었다. 가토의 부대는 하나절 만에 부산성을 깨뜨리고, 꽃놀이 가는 봄나들이 차림으로 가마 대열을 꾸며 북으로 올라갔다. 붙잡힌 조선 백성들이 그 가마를 메었다. 임금은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달아났었다. 임금은 가토의 머리에 걸린 정치적 상징성을 목말라 했다. 임금은 진실로 종묘사직 제단 위에 가토의 머리를 바치고 술 한잔을 따르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정치적 상징성과 나의 군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내가 가진 한움큼이 조선의 전부였다. 나는 임금의 장난감을 바칠 수 없는 나 자신의 무력을 한탄했다. 나는 임금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함대를 움직이지는 않았다. 나는 즉각 기소되었다. 권율이 나를 기소했고 비변사 문인..
[책 이야기]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 - 도쓰카 다카마사 08. 엘리베이터에서 남을 먼저 내리게 하는 여유를 가진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행동에도 여유가 생긴다. 행동에 여유가 있으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이는 긍정적인 사고가 좋은 결과를 낳고, 좋은 결과가 더욱 긍정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사이클과 비슷하다. 우선은 마음가짐이나 사고를 바꾸고 다음으로 행동을 바꿔 간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선순환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는 마음에 여유를 갖겠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평소 '애프터 유(after you)' 정신을 소중히 생각한다. 단순히 말하면 문을 열고 건물로 들어갈 때나 좁은 통로를 걸어갈 때, 되도록 상대방에게 길을 양보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양보하는 마음은 반드시 상대방에게 전해진다. 양보를 받은 상대는 감사를 표..
[책 이야기] 꿀독 - 양보석 "제가 아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옛날 어느 가난한 인디언이 있었답니다. 이 인디언은 매일 강가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낚시를 하면서 뭔가 새로운 걸 낚는다거나, 낚은 걸 팔아서 돈을 벌거나 하는 것도 없이 그냥 그러고만 있습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한 백인 친구가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너는 왜 매일 혼자서 낚시만 하니?' 라고 말이지요. 인디언은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답답해진 백인 친구가 목소리에 힘을 주었습니다. '너도 직장을 구해서 돈을 벌 때가 되지 않았니?' 그러자 인디언이 되물었습니다. '왜 그래야 하지?' 백인 친구는 답답해져서 대답했습니다. '돈을 벌어야 그 돈을 모아 부자가 되지.' 인디언이 물었습니다. '부자가 되어서 뭘 하지?' 백인 친구는 답답해져서 대답했..
[책 이야기]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 천명관 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이대로 어디론가, 내히 이러 바라래 가듯이, 한없이 흘러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너른 바다에 이르러 둥실둥실 떠다닐 수 있다면, 거대한 참치는 아니더라도, 등 푸른 고등어는 아니더라도, 겨우 멸치라도 되어, 이왕이면 씨알 굵은 멸치가 되어, 단 하루라도 마음껏 헤엄쳐다닐 수 있다면! 그렇게 망망대해 헤엄치다 지쳐, 얼굴 검게 그을린 어부의 질긴 그물에 걸려, 어기영차, 어부들 그물 터는 소리에 내장과 함께 가슴에 맺힌 한 모두 털려, 끓는 소금물에 후줄근한 육신 깨끗하게 삶아져, 고소한 기름에 달달 볶여, 뜨거운 프라이팬 위를 이리저리 뒤치이다, 한젓가락 밥반찬이 되어, 한 아이의 앙증맞은 어금니에 아작아작 씹혀, 그렇게 누군가의 뼈가 되었으면, 그렇게 누군가의 손톱이 되..
[책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의식이 아득해져갔다. 잠들어버릴 것 같다. 그 편지글이 희미하게 뇌리에 떠올랐다. 당신이 음악 외길을 걸어간 것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음악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곤란하지만, 아무튼 틀림없는 얘기예요. 마지막까지 꼭 그걸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아, 그런 건가. 지금이 마지막 순간인가. 그래도 나는 꼭 믿고 있으면 되는 건가. 내 음악 외길이 쓸모없지는 않았다는 것을 끝까지 믿으면 되는 건가. 그렇다면 아버지, 나는 발자취를 남긴 거지? 실패한 싸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발자취는 남긴 거지? 발 디딜 틈 없이 관중이 들어찬 원..
[책 이야기] 정도전 - 이재운 이 책 한 권이 네 할아버지 정도전의 인생을 바꿔 버렸다. 시묘살이 하는 동안에는 시간이 많으니 아버지는 를 펼쳐놓고 열심히 읽었지. 그런데 그만 양나라 예왕편을 읽으시다가 기름을 들이부은 듯 온몸에 불이 붙은 거야. 몽골의 내정간섭으로 망친 고려, 그런 세상을 한탄하던 한 젊은이가 눈을 번쩍 뜬 거지. - 인을 해치는 자는 그저 도적에 불과하고, 의를 해치는 자는 한낱 강도일 뿐입니다. 그런즉 도적과 강도는 쓸모없는 범부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일개 범부가 된 걸과 주를 쳐 죽였다는 말은 들어 보았으나 그것을 가리켜 임금을 시해한 것이라고 하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하나라의 걸왕과 상나라의 주왕은 유명한 폭군이다. 그런 폭군을 죽이는 것은 임금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심을 잃은 도적..
[책 이야기] 아무래도 싫은 사람 - 마스다 미리 다른사람에게 상처주는 말을 혼자말인 듯 해버리고 이쪽에서 반응하면 '농담'이라고 딴청을 부린다. 그 사람은 일부러 그런 거다. '확신범'이다! 알고 있다. 신경 쓰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다.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알고 있다. 하지말 알고 있어도 상처 받는다. 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지? 싫은 사람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면 모든 것이 원만해지나? 그런 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