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책/책 이야기 (235) 썸네일형 리스트형 [책 이야기] 렉싱턴의 유령 - 무라카미 하루키 아마도 그렇게 계속 2주일쯤 잤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자고 자고 또 자고......, 시간이 썩어서 녹아 없어질 때까지 잤어. 얼마든지 끝없이 잘 수 있을 것 같았어. 아무리 자도 잠이 모자란 거야. 그때의 나에겐 잠의 세계가 진짜 세계고, 현실 세계는 덧없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세계에 지나지 않았어. 그건 색채를 잃은 천박한 세계였어. 그런 세계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까지 생각했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에 아버지가 느끼셨을 심정을, 그때 나는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었던 거야.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 그러니까 어떤 종류의 사물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거야. 그것은 다른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거지." 케이시는 거기서 잠시 입을 다물고, 무엇인가 생각에 잠.. [책 이야기] 달팽이 식당 - 오가와 이토 모계 가족의 기질은 반드시 대를 걸러 유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엄마는 너무도 정숙한 외할머니에게 반발하여 그것과는 정반대로 파란만장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고, 그 엄마 밑에서 자란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반발하여, 또 그것과는 정반대인 평범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오셀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어머니가 하얗게 칠한 부분을 딸을 열심히 검게 덧칠하고, 그걸 그 딸인 손녀는 다시 하얗게 칠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생리혈이나 남의 코피를 보는 것조차 무서워서 현기증이 날 것 같은 겁쟁이다. 하지만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굳게 마음먹고 눈 깜박거림조차 필사적으로 참았다. 이윽고 닭은 얌전해지고, 양계장 남자에게 잡힌 채 어이없이 절명했다. 지금 이 요리를 만들기 .. [책 이야기] 악의 - 히가시노 게이고 나는 눈을 떴다. 가가 형사의 맑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나는 왠지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주 한순간의 묵상이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있었다. "자네가 찾는 것이 발견된다면 나를 체포하겠군?"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럽습니다만." "그 전에......" 나는 물었다. "자수하는 것도 가능할까?" 통상 범죄 계획이라는 건 범인이 자신이 체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짜여지는 법입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지 않도록 애를 쓰고, 혹시 발각되더라도 자신에게 혐의가 돌아오지 않도록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며 범인은 머리를 쥐어짜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범죄 계획은 그것과는 완전히 목적이 달랐습니다. 당신은 체포되는 것을 전혀 피하지 않았어요. 아니, 그러기는커녕 .. [책 이야기] 아프니까 청춘이다 - 김난도 그대, 인생을 얼마나 산 것 같은가? 이 질문이 너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물어보겠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24시간에 비유한다면, 그대는 지금 몇 시쯤을 살고 있는 것 같은가? 태양이 한참 뜨거운 정오? 혹시 대학을 방금 졸업했다면, 점심 먹고 한창 일을 시작할 오후 1~2시쯤 됐을는지? 막연하게 상상만 할 것이 아니라 한번 계산기를 들고 셈해보자. 그대가 대학을 스물넷에 졸업한다 하고, 하루 중 몇 시에 해당하는지.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세쯤 된다 치면, 80세 중 24세는 24시간 중 몇 시? 아침 7시 12분. 미래가 이끄는 삶, 꿈이 이끄는 삶, 열망이 이끄는 삶을 살아야 한다. 열망을 뜻하는 영단어 'passion'은 아픔이라는 의미의 'passio'를 어원으로 한다고 한다... [책 이야기] 이카루스 이야기 - 세스 고딘 용기란 죽음에 과감하게 맞서는 영웅적인 자질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또한 사람들의 칭송을 받을 만큼 거대한 모험에 도전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로 표현하고, 그러한 생각을 지키려는 의지를 뜻한다. 물론 용기 있는 사람이 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냉장고를 여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 없다. 아무런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견해를 고수하는 데에는 위험이 따르고,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믿는 바를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그리고 내면의 자아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용기란 비판에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 브레네 브라운(심리학자)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물고.. [책 이야기]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 김혜남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고자 하면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 받을 수 없게 된다. 생각해 보라.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끊임없이 신경을 쓰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어떤 사람의 표정이 조금만 안 좋아도 혹시 나 때문이 아닐까 전전긍긍하고, 혹시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게 아닐까 잠도 제대로 못 잔다. 그러다 보면 상대의 조그만 거절에도 극도로 민감해진다. 거절당하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면 거절당할까봐 아무에게도 다가가지 못해 사랑을 줄 수도 사랑을 받을 수도 없게 된다. 단지 사랑 받고자 했을 뿐인데 결과가 너무 가혹한가? 그런데 생각해 보라. 어떻게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하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을 .. [책 이야기]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김혜남 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닫혀 있던 가슴을 열고 감춰 온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꼭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외로웠던 기억을 말하면 내가 곁에 있을게 하는 사람 이별을 말하면 이슬 고인 눈으로 보아 주는 사람 희망을 말하면 꿈에 젖어 행복해하는 사람 험한 세상에 굽이마다 지쳐 가는 삶이지만 때로 차 한 잔의 여유 속에 서러움을 나누어 마실 수 있는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굳이 인연의 줄을 당겨 묶지 않아도 관계의 틀을 짜 넣지 않아도 찻잔이 식어 갈 무렵 따스한 인생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향이 나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 배은미,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완벽이란 어떤 인간에게든 애당초 불가능한 것임을 명심하라. 인간이 .. [책 이야기] 일본전산 이야기 - 김성호 "하루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압니다.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동료들이 알지요. 사흘 동안 연습을 하지 않으면 청중 모두가 압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말이다. 꾸준히 무언가를 갈고 닦으며, 어딘가를 향해 그 목표치를 완수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어느 수준에 한 번 도달했다고 해서, 늘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현상 유지!' 이 생각을 품는 순간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신발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면, 신발 정리를 세계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렇게 된다면 누구도 당신을 신발 정리만 하는 심부름꾼으로 놔두지 않을 것이다." "너보다 똑똑한 사람이 있느냐? 그럼 두 배로 노력하면 된다.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이..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