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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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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냉정과 열정사이 Blu - 츠지 히토나리 잊을 수 없는 여자가 있다고 해서 지금이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매일매일 이 거리의 푸르고 투명한 하늘처럼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아오이와의 사랑을 회복하고 싶지도 않다. 아오이와는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예감도 들고, 실제로 만난다 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건 분명 기억의 심술이다. 여기가 마침 시간이 정지해 버린 거리여서 그런지, 나는 어딘지 모르게 과거에 흔들리는 나 자신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난 믿고 있다. 아오이가 그 날 밤의 일을 완전히 잊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
[책 이야기]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보고 싶어." 그가 속삭였다.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봐.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그녀는 종종 "모든 길은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일로 통하게 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그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것'은 아마도 '무엇'이었으리라. 하지만 오베에겐 그건 '누군가'였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게 마련이에요." 그녀는 또한 그렇게 말했다. 자주. 예를 들면 의사가 4년 전 그녀..
[책 이야기]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나도 할 수 있을까?" 라고 묻는 이라부. "할 수 있죠." 농담이라고 여기고 예의상 빈말을 던졌다. "중요한 건 훈련입니다. 지상 5센티미터 높이에서 건너는 평균대를 지상 10미터에서도 건널 수 있느냐, 그게 일반 사람과 서커스 단원의 차이니까 넘어서야 할 건 기술이라기보다 오히려 공포감이라고 해야겠죠." "흐음, 그렇군" 이라부는 감탄을 연발했다. "이왕 할 바엔 역시 공중그네가 최고지" 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자, 그럼 갑니다." 당목을 넘겨주고 타이밍을 쟀다. "하나, 둘, 셋, 고우!" 등을 내리쳤다. 이라부가 점프대를 구르며 앞으로 나간다. 거구가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날았다. "우와!~" 술렁임이 일었다. 역시 뚱보는 그림이 된다. 보는 사람까지 자랑스러워졌다. 한 번 스윙을 하고 ..
[책 이야기]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사형이 확정되고 판결이 종결되면, 자신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다. 응어리를 날려 보낸다든지, 마음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더 거창하게 말하면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달리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달라지기는커녕 상실감만 더해질 뿐이었다. 그때까지는 범인의 사형 판결을 받는다는 목적으로 살아왔지만, 그것이 이루어진 지금 무슨 목적으로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즉,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이지 형벌이 아니다. 형벌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아도 분명하다. 도벽을 치료하는 중에 경찰에 붙잡힌 경우, 교도소에 들어가면 치료가 중단된다. 그 결과 석방되고 나서 또 도둑질에 빠지는, 난센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사이클이 반복된다...
[책 이야기]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자네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걸세." 적절한 행동을 하면 칭찬을 받는다.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벌을 받는다. 아들러는 이런 상벌에 의한 교육을 맹령히 비판했네. 상벌교육의 결과로 생기는 것은 "칭찬하는 사람이 없으면 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벌주는 사람이 없으면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 등과 같은 잘못된 생활양식일세. 칭찬받고 싶은 목적이 있어서 쓰레기를 치운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칭찬 받지 못하면 분개하거나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딱 봐도 이상한 얘기지. "자네도 나도 세계의 중심이 아니야. 내 발로 인간관계의 과제에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되네. '내가 이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지..
[책 이야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대부분의 일반적인 러너는 "이번에는 이 정도 시간으로 달리자"라고, 미리 개인적 목표를 정해 레이스에 임한다. 그 시간 안에 달릴 수 있다면, 그 또는 그녀는 '뭔가를 달성했다' 고 할 수 있으며, 만약 그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뭔가를 달성하지 못했다' 라는 것이 된다. 만약 시간 내 달리지 못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실력을 발휘했다는 만족감이라든가, 다음 레이스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면, 또 뭔가 큰 발견 같은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하나의 달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끝까지 달리고 나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혹은 프라이드와 비슷한 것)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 그것이 장거리 러너에게 있어서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책 이야기]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 에쿠니 가오리 세상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과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밤에 요시다에게서 메일이 왔다. "내일 시간 있어?" 요시다는 늘 단도직입적이다. "있는데." 그래서 내 대답도 그렇다. "그럼 만나자." 요시다가 구사하는 말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그럼 만나자. 나는 싱글거리는 속내를 눈치 채지 못하게,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그러지 뭐." 라고 대답했다. 때로는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너무 어린 탓이 아니라 엄마가 나이를 너무 먹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은 똑같지 않다. 전혀 다른 차원이다. 무엇인가를 이해하기에 아직 어리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온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것을..
[책 이야기] 연식 남녀 - 오일리스킨 삶이 안정적이면 모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연애를 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평행선을 그리는 삶에서는 에너지를 찾기 힘들다. 그러니 억지로 마음을 자극해서라도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사랑만큼은 절대 놓치지 마. 삶이라는 여행을 하는 동안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해야만 해. 누구를, 언제,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네가 사랑한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지. 그걸 놓치지 마. 삶이라는 이 여행을 사랑 없이는 하지 마. '사람과의 일은 작게, 오래 쌓아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명심하자.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것도, 빠른 시간에 결론을 내리는 것도 위험하다. 내 편이 되어줄 좋은 이성 친구와 오랜 시간을 두고 조금씩 가까워지겠다는 마음이면 된다. 연식인이란 '죽음이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