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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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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적의 화장법 - 아멜리 노통 텍셀은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재미있소?" "자네 자신을 보아야 하는 건데. 자네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여간 불쌍한 게 아니거든." 앙귀스트는 순간 증오심이 폭발했다. 일종의 간헐온천물 같은 노기 띤 에너지가 저 아랫배로부터 손톱과 이빨에 이르기까지 차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적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었다. "계속 웃을 거요?" "기분 끝내주는걸!" "죽는 게 겁나지 않소?" "자넨 어떤가, 제롬?"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소!" "때가 됐구만." 앙귀스트는 가장 가까운 벽으로 텍셀을 동댕이쳤다. 아까와는 달리, 주위 구경꾼의 시선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이제 그의 안에는 증오심을 위한 공간밖엔 없었다. "계속 웃을 거요?" "계속 내게 존댓말을 할 건가?" "에잇..
[책 이야기] 에너지 버스 - 존 고든 마티가 신이 나서 입을 열었다. "전 이 설문 결과가 정말 맘에 들어요. 한 설문조사에서 95세 노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대요. '만약에 다시 태어나 인생을 산다면,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고 싶냐'고. 그랬더니 가장 많이 나온 대답 3가지가 이거였어요." 1.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고 싶다. 더 많이 순간을 즐기고 기뻐하며, 해가 뜨는 것과 지는 것을 더 깊이 음미할 것이다. 2. 과감하게 기회를 향해 도전해보고 싶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흘려보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3.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줄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 후세에게 유익한 유산을 남기고 싶다. 주변에 아무 이유 없이 실실거리며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는 무엇이 행복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 행복한 인생을 위..
[책 이야기]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미처 30분도 지나지 않아 필름 아홉 롤을 썼다. 불을 끄는 경비행기는 이제 세 대로 늘었고, 소방차 네 대가 미친 듯이 물을 뿜었다. 열기가 심해 나는 땀에 흠뻑 젖어들었다. 그래도 나는 사진 찍기를 멈추지 않았다. 앤과 내가 죽음에서 간신히 벗어났다는 급박한 상황에 위험까지 더해졌다. 그런 기분이 사진으로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종군 사진가가 왜 늘 전장으로 달려가는지 이제야 이해됐다. 죽음에 가까이 가보고 나서야 목전에 임박한 위험이 사진가에게는 더할 수 없이 매력적인 상황이란 걸 알게 되는 것이다. 사진가는 모든 장면을 뷰파인더를 통해 보기 때문에 위험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된다. 카메라가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카메라 뒤에 있으면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을 듯 느껴진다. 카메라 덕분에 위기 ..
[책 이야기]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 김미경 말의 본질은 결코 번지르르함에 있지 않다. 자신의 마음을 전해 남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그러려면 진실한 콘텐츠의 힘이 필요하다. 스피치에 농익은 철학과 경험이 들어가야 비로소 내 말이 된다. 청중을 두려워하는 것은 존경하는 것과 같다. 적절한 긴장은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자 성의 있는 마음가짐을 뜻한다. 청중 앞에서 두려움, 떨림, 긴장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적당한 긴장과 두려움이 있어야 청중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제스처는 청중에게 내 말을 전달하겠다는 스피커의 정성과 서비스 정신의 표현이다. 제스처는 말을 그리는 도구다. 눈으로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그림을 그리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한다.
[책 이야기] 주홍색 연구ㆍ네 명의 기호 - 아서 코난 도일 그는 놀라울 정도로 유식하지만 동시에 한편으로는 대단히 무지했다. 내가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영국의 비평가이자 역사가, 1795.12~1881.1)을 인용했더니 그는 순진하게 그가 누구이며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우연한 일로 그가 지동설이며 태양계의 구조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의 놀라움은 정점에 달했다. "놀라는 것 같군." 그는 나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그런 것에 대해서는 그만큼 알았으니 그것을 잊도록 노력하겠네." "잊도록 노력하다니!" "이 사람아, 내말을 들어 보게나. 나는 사람의 뇌는 원래 작은 다락방 같아서 자기가 원하는 가구만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은 여기에다 닥치는 대로 자봉사니까지 집어넣으..
[책 이야기] 언페어 - 하타 타케히코 여형사는 범인을 쏜다.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한때 사랑할 뻔한 남자를 쏜다. 그녀는 울지 않는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밤이 오고, 다음 날 아침이 오고, 그녀는 어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죽인 남자의 기억으로 자책하지도 않고, 죽인 남자를 억지로 잊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돌아갈 일상으로 그녀는 돌아간다. 그것이 리얼리티. 그것이 내가 믿고 있는 리얼리티.
[책 이야기]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스펜서 존슨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 변화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놓는다. 변화를 예상하라. 치즈가 오래된 것인지 자주 냄새를 맡아 보라.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라. 사라져버린 치즈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를 보다 빨리 발견할 수 있다. 자신도 변해야 한다. 치즈와 함께 움직여라. 변화를 즐기라. 모험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와 새 치즈의 맛을 즐겨라. 신속히 변화를 준비하고 그 변화를 즐기라.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놓는다.
[책 이야기]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그 사건...... 구 에도가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진범은." 유가와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시가미 그입니다. 당신도 아니고, 당신의 딸도 아니고. 이시가미가 죽였어요. 그는 아무 죄도 없이 자수한 게 아닙니다. 그가 바로 진범입니다." 그 말의 의미를 몰라 멍하니 있는 야스코에게, 유가와는, 다만, 하고 덧붙였다. "그 시체는 도미가시 신지가 아니예요. 당신의 전 남편이 아닙니다. 그렇게 보였을 뿐,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야스코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유가와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안경 너머로 슬픔에 젖은 채 깜빡거리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을 때, 갑자기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온몸이..